"스타트업 IPO까지 5~6년 구조적 자금 공백"…세컨더리 활성화 해법은?
임지희 기자 2026. 8. 27. 10:53

국내 스타트업이 창업 후 기업공개(IPO)에 이르기까지 평균 13년이 걸리는 반면 벤처캐피털(VC) 펀드의 운용 기간이 7~8년에 불과해 구조적인 자금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간 회수 시장인 세컨더리 펀드의 활성화와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국내 모험자본은 왜 인내하지 못하는가: 성장 이전에 회수를 강제하는 국내 세컨더리 시장' 세미나가 열렸다. 박민규 의원은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이 자본을 생산적·모험 자본으로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투입된 자본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야당과 적극 협의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IPO까지 시간 미스매치…인프라·평가 함께 바껴야"
2005년 출범 이후 벤처투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는 지난해 기준 14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까지 평균 13년이 걸리는 데 반해 이들의 초기 성장을 떠받치는 벤처펀드 만기는 통상 7~8년에 그친다. 5~6년의 구조적 공백이 발생하며 시간 미스매치가 초기투자 생태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정책과 마중물 자본 투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투자 자금이 움직이는 시간과 기업이 성장하는 시간 사이의 간극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며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 스타트업은 사업 본연의 성장에 집중하기보다 지분 조기 매각, 준비되지 않은 조기 상장, 할인된 구주 매각 등 회수 중심의 압박에 시달리게 되며 스타트업의 장기적 성장 설계를 왜곡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짚었다.
최 대표는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은 1979년 법 개정을 통해 개별 투자 건이 아닌 포트폴리오 전체의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바꾸면서 연기금 자금 유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벤처투자 내 연기금 비중이 50% 이상으로 늘면서 모험자본이 장기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또 비상장 소기업 주식을 5년 이상 장기 보유한 후 매각할 경우 양도차익을 최대 100% 감면하면서 투자자가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최 대표는 "최근 모태펀드 세컨더리 출자 사업에 운용사들이 예산의 5배에 달하는 1500억원을 신청하는 등 현장 수요는 매우 높지만 비상장 주식 특성상 직전 투자 가치가 기준이 되다 보니 시장이 위축될 경우 손실 즉시 확정 부담 등으로 거래가 실질적으로 성사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를 위해 거래 인프라와 책임 기준, 평가 체계가 함께 변해야 한다"고 했다.
◇"기관 자금 유입 절실…그로스펀드 생태계 필요"
이같은 미스매치 문제 해결을 위한 업계 목소리도 쏟아졌다. 이태성 케어링 대표는 "창업 7년차를 맞아 어르신 돌봄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나 펀드 만기를 앞둔 투자자들의 상장(IPO) 압박이 거세다"며 "무리하게 기업 가치를 높여 상장하는 구조 대신 대표가 책임을 지고 장기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출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해외 LP나 기관 입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코스닥 상장을 통해 회수하려 할 때 코스닥의 장기 수익률과 시장 체질이 주요 글로벌 증시 대비 매력적이지 않아 설득 명분을 만들기 어렵다"며 "코스닥 시장 체질 개선과 기관 유입 정책이 선행돼야 하며 상장 전 단계에서도 자금을 회수·교체할 수 있는 대형 세컨더리 펀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혜민 핀다 대표는 "규제나 시장 상황으로 사업 성과 창출에 시간이 더 필요한 스타트업에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의 정책 보증 만기를 유연하게 연장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희민 라포랩스 대표는 "이종 산업 M&A 때 엄격한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유니콘 및 대형 M&A 단계로 진입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대형 PE나 그로스펀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목승환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펀드 기간을 최대 5년 연장할 수 있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며 기술보증기금 보증 한도 확대(200→400억원) 및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법 개정으로 대형 IB의 모험자본 자금 공급 범위를 확대했으며 기술력이나 IP 지배권을 가진 기업들이 이를 유동화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지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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