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명장면을 순식간에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수백만 MZ 홀린 스타트업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2026. 8. 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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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취중잡담] 게이머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 영상 소셜미디어 ‘도르’(DOR) 창업기
조형래 도르코퍼레이션 대표. /더비비드

게임을 하다 보면 스스로 믿을 수 없다 싶은 쾌감의 순간이 찾아온다. 주변에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지만, 막상 그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려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수시간짜리 녹화본을 뒤져 하이라이트를 찾고, 자르고, 효과를 넣는 편집 과정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찬란했던 명장면은 기억 속에서만 머물다 사라지고 만다.

도르코퍼레이션은 이 게이머들의 오랜 갈증을 단숨에 해결해 준 스타트업이다. 도르코퍼레이션이 서비스하는 ‘도르’(DOR)는 인공지능(AI)이 게임 영상을 자동으로 녹화하고 편집해 주는 플랫폼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AI가 알아서 내 명장면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준다. ‘게이머를 위한 틱톡,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며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600만 명을 돌파한 도르를 개발한 조형래(31) 도르코퍼레이션 대표를 만나 창업기를 들었다.

◇ e스포츠 PD가 된 게임보이

조 대표는 e스포츠 리그의 PD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더비비드

조 대표는 뼛속까지 게임의 피가 흐르는 게임 마니아다. 7살 때 스타크래프트를 접하며 게임의 매력에 빠졌다. 대학생 때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 팀을 국가대표로 출전시키기도 했다. 이후 스포티비(SPOTV)와 아프리카TV(현 SOOP)에서 유명 e스포츠 리그의 PD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좋은 직장이었지만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창업이었다. “20대 초반에 여러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깊은 고민 끝에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이를 실천할 방법과 직업은 여러가지인데요. 그 중에서도 창업이 제게 가장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업 아이템을 정할 때도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일 것, 시장이 클 것, 많은 사람이 자주 하는 행위와 관련된 일일 것, 그리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일 것. 이 기준에 가장 잘 들어맞는 분야가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2021년 개인사업자로 창업을 시작해 2022년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 “1초 만에 하이라이트 영상 만들어 주면” 한마디에서 시작된 서비스

도르가 탄생하기까지 무려 8번의 피보팅(사업 모델 전환)을 거쳐야 했다. /더비비드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도르가 탄생하기까지 무려 8번의 피보팅(사업 모델 전환)을 거쳐야 했다. “처음엔 프로게임단 대상의 전술 데이터 분석 서비스로 출발했습니다. 국내 프로게임단 100곳에 연락을 돌렸지만, 회신이 온 곳은 단 2곳뿐이었고 그 마저도 완곡한 거절로 끝났습니다. B2B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게이머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B2C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유하는 방식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처음엔 이용자가 호기심으로 모였는데, 어느 순간 활동이 뜸해지더니 사람들이 떠나갔어요. 이탈한 이용자 중 가까운 지인을 만나서 이유를 물었어요. 그랬더니 ‘영상 하나 올리려고 3~4시간씩 편집하느니 그 시간에 게임 한 판을 더 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순간 오기가 발동해 ‘그럼 영상을 1초 만에 만들어 주면 할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무조건 이용하겠다는 지인의 확신에 찬 대답에서 지금의 도르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도르(DOR)에 영상을 게시한 이용자들. /도르 캡처

‘1초 편집’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피 말리는 개발이 시작됐다. “AI에 명장면의 기준을 가르쳐 주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AI를 학습할 때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컴퓨터 비전은 말 그대로 컴퓨터의 눈, 즉 시각인데요. 사람이 눈으로 봤을 때 특정 순간을 ‘멋있다’고 느끼듯 AI가 게임 중 발생한 이벤트나 글자, 이미지 변화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하이라이트 순간을 스스로 인지하고 녹화하도록 학습시켰습니다.”

2022년 12월 최소기능제품(MVP)을 내놓고, 이용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PC방에서 게임하고 있는 분들에게 저희 서비스를 써 본 후 피드백을 달라고 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이때 값진 의견을 많이 들었습니다. 게임 이용자가 무엇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었죠. 예컨대, 게임 이용자들이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이 게임 중 끊김 현상인 걸 알게 돼, 최적화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었습니다.”

◇ 출시 한 달 만에 이용자 3000명에서 27만명으로 폭증

도르는 이용자 600만명에 달하는 서비스로 거듭났다. /도르 캡처

2023년 9월, 도르 정식 서비스를 출시했다. 도르의 사용법은 직관적이다. PC에 프로그램을 깔아 두기만 하면 끝이다. 게임을 켜면 AI가 알아서 녹화를 시작하고, 게임이 끝나면 자동으로 종료된다. 이후 단 몇 분 만에 가장 빛났던 순간을 AI가 영상으로 편집해 준다. 최대 10분까지 편집 가능하지만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생 시간은 1~2분대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마인크래프트 등 유명 게임 20여종에 호환된다. 모든 게임에 적용 가능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정식 서비스 출시 후 한 달 만에 이용자는 3000명에서 27만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서비스 관련 지표도 개선됐습니다. 서비스 가입 한 달 후 유지율이 80% 이상을 기록했거든요. 게이머들이 이런 서비스를 마음속 깊이 원했다는 사실을 체감하니 자신감이 생겨 마케팅에 불을 붙였습니다. 유명 게임 크리에이터들에게 접근해 파트너십을 맺고, 검색엔진 최적화(SEO)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도르는 이용자 600만명에 달하는 서비스로 거듭났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베트남, 중국, 대만 등 이용자의 국적도 다양하다. 매달 도르를 통해 생성되는 영상은 2억건에 달한다. “기존 웹사이트 기반의 게임 커뮤니티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만 해야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일기는 일기장에’ 식의 조롱만 돌아오죠. 유튜브는 이미 유명세가 있는 분들의 무대입니다. 인스타그램은 게임 영상에 적합한 플랫폼은 아니죠. 저희는 ‘게이머의 인스타그램’을 표방합니다. 게임을 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소소하게 공유하고 싶다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겨냥한 덕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에서 1등하면 세계 1등도 가능해요”

한국 시장에서 확고하게 입지를 다진 뒤,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더비비드

도르코퍼레이션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에 벤처 생태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드 라운드에서만 누적 4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2024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엔비디아 인셉션(Inception)에 선정된 데 이어, 2025년에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더’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의 끈끈한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2022년 9월 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에 선정된 인연으로 사무 공간 지원을 받았다. “디캠프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출시까지 했습니다. 입주 기간 동안 참여한 지원 프로그램들은 성장의 자양분이 돼 줬죠. 최근에는 디캠프 배치 7기 기업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동안 0에서 1이 되는 과정을 거쳤다면, 배치를 통해 1에서 100으로 도약하려 합니다.”

당장의 목표는 한국 시장에서 확고하게 입지를 다진 뒤,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한국은 게이머 밀집도가 높은 특수한 시장입니다. 이곳에서 1등을 하면 전세계 1등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시장에 집중하다가 점차적으로 무대를 넓힐 계획입니다. 여행이나 일상생활 중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 꼭 있잖아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계 게이머들의 경험이 휘발되지 않았으면 해요. 누구나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특별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AI를 디딤돌 삼아 게이머들이 소중한 경험을 기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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