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한결같이… 맏며느리·아내·엄마로서 아름다운 삶[사랑합니다]

2026. 8. 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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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난 지 강산이 두 번 변했구나.

손자가 보고 싶다는 핑계로 너희 집을 자주 드나들어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어. 지방에 사는 동서를 대신해 그 더운 여름 제사를 두 번씩이나 지내면서도 짜증 한번 내지 않은 너에게 맏며느리 자격증이라도 있다면 주고 싶었다.

"아가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희생하고 무리하다 혹여 서운한 일이 생길까 걱정이다. 우리 사이는 편안한 고부간이면 좋겠구나. 잘하는 며느리보다 서로 부담 갖지 않는 사이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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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나의 며느리(황은이)에게
필자(앞줄 왼쪽)가 큰아들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

너를 만난 지 강산이 두 번 변했구나. 20년 전 꽃다발을 한 아름 안겨주며 수줍은 인사가 우리의 첫 만남이었지. 그때 너는 꽃보다 아름다웠다.

결혼식장에서는 꽃길만 걸어온 네가 너무 힘들지 않게 살기를 기도했다. 직장을 다니며 신랑 도시락을 싸주고 입맛을 맞추려고 내게 요리법을 묻곤 했지. 너에게 날씨가 너무 좋다고 전화를 받으면 하루를 행복하게 지냈다. 어떤 날은 비가 내린다며 문자를 보내고 눈이 오면 조심하라고 전화를 주어서 우울함도 날려주기도 했단다.

주말엔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 주었지. 감동이었다. 내가 “며느리 노릇 하느라 너무 애쓰지 말아라” 하니 너는 “더 잘하고 싶다”며 배시시 웃었어. 나는 “이보다 얼마나 더 잘하냐”며 “너무 그러면 피곤하다”고 어깨를 살짝 안아주었고 서로 마주 보는데 왠지 웃음이 애잔했단다. 나도 며느리였기에 느끼는 감정이어서일까. 여름에 콩을 삶아 콩국수를 만들었을 때 콩을 너무 잘 삶아 고소하고 맛있어서 깜짝 놀랐단다. 봄이면 내가 밥맛이 없다고 봄동 겉절이를 해왔고, 네가 받은 선물도 내게 필요한 것은 내게 주었지. 옷은 색상이며 디자인까지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잘 골라, 칭찬해주면 너는 과찬이라고 겸손하게 말할 때 어여뻤다.

첫 손자를 내 품에 안겨 주었을 때 세상을 다 얻은 듯 황홀했지. 손자가 보고 싶다는 핑계로 너희 집을 자주 드나들어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어. 오히려 달라고도 하지 않은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우리는 네가 며느리지만 참 편했단다. 지방에 사는 동서를 대신해 그 더운 여름 제사를 두 번씩이나 지내면서도 짜증 한번 내지 않은 너에게 맏며느리 자격증이라도 있다면 주고 싶었다. 동서가 서운하게 할 때도 있었을 텐데 한 번도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아 미안하고 고맙다.

손주들을 돌보느라 함께 살 때 많이 힘들었지? 어느 날 아이들에게 사과를 긁어 먹이는 모습을 네가 보고 비위생적이라고 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단다. 그런데 너는 믹서기에 갈면 영양소가 파괴될까 봐 그렇게 힘들게 하신다며 나를 편하게 해주었지. 할미가 손주들 돌보는 건 당연한데 수고하신다며 목돈을 주기도 하고. 그뿐인가? 신상품의 옷이 예쁘다고 사 주고 피곤도 감수하며 멀리 있는 맛집을 찾아 먹거리를 사 왔을 때도 있었어. 어렵게 모은 적금을 타서 보청기를 맞추어 주었을 때는 정말 고마웠단다.

한 번은 집 공사비가 많이 나와 어쩔 줄 모를 때 네가 어떻게 알고 돈을 송금해주어 놀랐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단다. 좀 더 돕지 못해 죄송하다는 네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

“아가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희생하고 무리하다 혹여 서운한 일이 생길까 걱정이다. 우리 사이는 편안한 고부간이면 좋겠구나. 잘하는 며느리보다 서로 부담 갖지 않는 사이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인생은 날씨 같아서 흐린 날, 해가 반짝 뜨는 날, 소나기 내린 후 무지개 뜨는 날 등 변화무쌍하지만 비교적 순탄하게 잘 살아내느라 애 많이 썼다. 네가 어른 성장통을 앓는 걸 모르고 밀고 당기기를 못해 흐린 날이 두어 번 있었다. 그때마다 네가 먼저 손 내밀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그렇게 살아왔다.

너희 부부는 서로 존중하며 살고 있지. 너는 아이들에게 아빠 권위를 세워주고, 아빠의 성실함을 알게 해주었어. 서로가 최고로 알며 존경하는 너희 가족을 보면 대견하단다. 모두 네 덕분이다. 착하지만 마음 약한 아들과 네가 죄책감과 불안감에서 억지로 하는 효심으로 너희 삶이 자유롭지 못한 일이 없길 바란다. 이제 나이를 먹고 보니 우리가 너희들에게 걸림돌은 아닌지 노심초사 걱정할 때가 없지 않아. 너는 나의 상담자이자 버팀목이며 어려울 때 용기를 주는 나의 보배다. 너는 가족들에게 커다란 우산이요, 네 마음은 바다와 같구나. 처음 너를 만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너는 여전히 아름답다.

“얘야, 사랑한다, 나의 천사 아가야!”

조성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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