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갑각의 계절’[이우석의 푸드로지]

2026. 8. 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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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가을꽃이 피어난다.

보통 육상이나 해상동물을 맛으로 따지자면 암컷 쪽이 맛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을만큼은 수꽃게의 계절이다.

새우를 해물찜에 꽃게와 함께 넣으면 '갑각적(?)인 가을 맛'을 즐길 수 있다.

푸른 바다에 피어난 갑각류의 꽃들은 식욕을 끌어당기며 천고마비의 계절밥상을 장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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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꽃게와 새우
꽃게 산란기 끝나고 조업 재개
가을엔 살 꽉찬 수꽃게가 제철
찌거나 탕 끓여도 식감 그대로
저지방 고단백, 피로해소 도움
9~10월 ‘가을맛’ 대명사 새우
대하는 익히면 단맛 더 강해져
소금구이나 튀김 요리법 추천
‘가성비’ 흰다리새우 회도 별미
게티이미지뱅크

바다에 가을꽃이 피어난다. 그것도 붉은 꽃. 계절 손님 꽃게와 대하(大蝦) 얘기다. 지난 21일로 꽃게잡이가 재개되었다. 두 달 만이다. 서해 5도 수역을 제외한 일반적 해역은 ‘오월 꽃게’가 끝나는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꽃게잡이를 금지한다. 산란기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서다. 서해 5도의 대표적 산지인 연평도 꽃게는 산란기가 늦어 금어기 해제도 늦다. 연평도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조업을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서해안과 남해안에 널리 서식하는 꽃게(Portunus trituberculatus)는 낮에는 모래 속에 숨어 지내다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 갑각류다. 다른 게와는 달리 마지막 다리가 노처럼 생겨 물속을 헤엄쳐 다닌다. 꽃게의 꽃은 꽃(flower)이 아니라 곶(cape)이다. 옛날에도 한자로 곶해(串蟹)라 썼다. 양 옆구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왔단 뜻이다.

금어기를 사이에 두고 꽃게 제철은 2번 온다. 봄에는 알배기 암꽃게가 인기고, 지금 맛있는 꽃게는 수꽃게다. 암꽃게는 산란 후라 살이 쏙 빠져 있는 반면, 알을 낳지 않는 수꽃게는 겨울을 나기 위해 왕성한 먹이 활동을 했다. 아내가 출산 후 몸조리 중인데 남편은 여기저기 먹으러 다닌 꼴이다.

가을 수꽃게는 여름 탈피를 끝낸 후 살을 채우는 시기라 몸속에 아미노산을 차곡차곡 축적하고 있다. 크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식감의 게살은 감칠맛과 특유의 단맛을 낸다. 이 새하얀 살로 껍질 속을 가득 채운다는 뜻이다.

보통 육상이나 해상동물을 맛으로 따지자면 암컷 쪽이 맛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을만큼은 수꽃게의 계절이다. 꽃게는 배딱지 모양으로 암수를 구분하면 된다. 수컷은 배딱지가 뾰족한 탑 모양이고, 암컷은 둥글고 넓적하다.

맛으로 따지자면 새우도 질 수 없다. 꽃게보다는 까먹기도 편하다. 드라마처럼 감동적인 가을 대하가 있다. 6월 산란기에 태어난 대하 유생 역시 뜨거운 여름 내내 연안에서 먹이를 찾아 먹고 체내에 유리 아미노산(글리신)과 에너지원(글리코겐)을 가득 비축했다.

이제 성체가 된 대하의 농축된 단맛 역시 지금부터 맛볼 수 있는 계절 별미다. 9∼10월 어획량이 가장 많고 맛이 좋을 때라 ‘가을 대하’라 따로 두고 부른다. 양식이 가능한 흰다리새우 역시 마찬가지다. 기온과 수온이 한풀 꺾이면 양분을 저장하며 살을 찌운다.

이처럼 제철을 맞은 갑각류가 품은 자연스러운 단맛은 설탕처럼 단순한 감미(甘味)가 아니라 감칠맛(우마미)과 어우러져 풍성한 미각의 여운을 남긴다. 세월에 농축된 바다의 맛이다. 육지에 영글기 시작한 오곡백과와 더불어 식탁에 바야흐로 ‘갑각의 제국’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먼저 꽃게부터 맛보자. 수꽃게는 찌거나 끓였을 때 살이 쉽게 부서지지 않아서 좋다.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깊은 감칠맛이 일품이다. 원재료가 맛있을 때니 조리도 쉽다.

그대로 된장을 푼 물에 꽃게를 넣고 술을 붓고 찐 꽃게찜으로 먹어도 좋고, 애호박과 무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꽃게탕도 시원한 국물맛을 자랑한다. 수꽃게라 알은 없으니 살맛으로 먹는 양념 꽃게장을 담가도 좋을 일이다. 살을 발라내면 다양한 식재료가 된다. 익히지 않고 발라낸 살은 양념을 섞어 게살 비빔밥으로 즐기면 껍질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수프나 리소토, 볶음밥을 해도 그렇게 잘 어울린다.

영양가도 높다. 일단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지방은 거의 없고 양질의 단백질이 가득하다. 천연 피로해소제라 불리는 타우린도 풍부해 환절기 면역력 저하와 피로해소에 좋다. 껍질에 다량 함유된 키토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고 한다. 뭐 맛도 좋은데, 영양 성분도 좋다고 하니 챙겨 먹어야 할 이유가 제대로 생겼다.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소금구이로 먹는다. 굵은 소금을 깔고 뚜껑을 덮은 채 7∼8분 익히면 맛있는 새우구이가 된다. 특히 대하는 열을 가하면 글리신이 활성화되며 더욱 단맛을 내는지라 새우장보다는 구이나 튀김이 더 어울린다. 탱글탱글한 살점은 씹을수록 맛을 내니 이왕이면 큰놈으로 고르는 게 좋다. 대가리는 따로 더 익히거나 차라리 기름에 튀겨내면 바삭하니 좋다. 새우를 해물찜에 꽃게와 함께 넣으면 ‘갑각적(?)인 가을 맛’을 즐길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식당 문에 ‘왕새우구이 개시’라 써놓은 곳이 많다. 새우구이는 여름에도 먹을 수 있지만 9월부터 제맛이 드는 것을 이젠 모두가 알고 있는 까닭이다. 대부분 대하라 하지 않고 왕새우구이라 한다. 크기도 생김새도 비슷한 흰다리새우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대하는 성질이 급해 물 밖에서 10여 분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니 산채로 수조에 전시할 수 없다. 보란 듯이 헤엄치고 있는 가을 새우는 십중팔구 양식산 흰다리새우다. 자연산 대하가 좋지만 산지에나 가야 먹을 수 있다. 어차피 횟감으로 먹지 않을 요량이면 상관없다. 흰다리새우가 값이 한결 저렴하다.

튀김옷을 입혀 튀겨서 그냥도 먹고, 밥에 올리면 에비텐동(새우튀김덮밥)으로 즐길 수 있다. 중식에서도 특별한 칠리 새우용으로 쓴다. 해물찜에 넣어도 그 존재감이 강렬하다. 마늘과 함께 올리브유에 볶아 작은 고추(페페론치노)를 곁들이면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 여느 때보다 큼지막한 새우가 들어가니 더욱 먹음직하다. 빵과 함께 식사를 해도 좋고 와인과 곁들일 안주로도 그만이다.

폭염이 가시나 싶더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 푸른 바다에 피어난 갑각류의 꽃들은 식욕을 끌어당기며 천고마비의 계절밥상을 장식하는 중이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왼쪽 사진부터 경기 안양 ‘정호식당’의 해물탕. 부산의 꽃게된장조림. 서울 ‘고씨네고추장찌개’의 용튀김. 충남 태안 ‘서해수산식당’의 꽃게찜. 경기 고양 ‘준우식당’의 생새우구이.

◇꽃게술국= 영덕막회. 된장을 풀어 시원한 술국을 끓인다. 구수하고 특유의 향이 입맛을 자극한다. 절단 꽃게를 썼지만 요즘엔 여느 때보다 살이 부쩍 오른다. 까는 게 귀찮다면 꽃게 다리는 그냥 국물용으로 두고 몸통만 덥석 베어 물면 된다. 인근 직장인들은 해장을 겸한 식사 메뉴로도 많이 찾는다. 서울 중구 을지로3길 33.

◇꽃게 무침= 미락식당. 꽃게살을 죄다 발라서 양념을 해 접시에 담아낸다. 비빔 그릇에 밥을 담고 살을 올려 쓱쓱 비벼 먹기만 하면 된다. 꽃게의 최대 단점이자 걸림돌인 ‘까기 버거운 점’을 이렇게 해결했다. 꽃게살 특유의 향과 맛이 밥에 잘 섞여 숟가락이 쉴 새 없다. 꽃게탕도 있으니 함께 곁들이면 밥이 양푼이라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전남 목포시 백년대로231번길 12.

◇꽃게찜= 서해수산식당. 꽃게찜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어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재료의 신선도와 쪄내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오래 삶으면 게 맛이 그득 밴 ‘육즙’이 빠져 향마저 사라진다. 태안읍의 서해수산식당은 각종 횟감 등을 파는 해산물집. 계절메뉴로 차리는 꽃게찜도 알짜배기다. 반씩 툭툭 잘라 살을 바르고 내장 속까지 긁어먹으면 행복해진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독샘로 19.

◇게국지= 풍미꽃게장게국지. 향토음식인 게국지는 원래 겨울 김장 김치에 게국(남은 간장게장 국물)을 부어 끓이는 가정식이다. 요즘 충남 해안가 식당에선 멀쩡한 꽃게를 단호박, 김치 등과 함께 끓인 전골 형태로 판다. 새콤하고 칼칼한 해물김치찌개처럼 식욕을 살린다. 게살을 빼서 국물과 함께 들이켜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대천해수욕장 먹거리 골목에 있다. 충남 보령시 머드로 64 1층.

◇제주 해물탕= 우도해녀식당. 제주도식 해물탕을 차리는 집이다. 빨갛지 않은 제주 특유의 된장국물 해물탕에 든 재료 역시 제주도의 특산물이다. 꽃게를 중심으로 뿔소라와 전복이 서로 어울려 냄비 안에서 작은 제주 바다를 이룬다. 맑게 끓여낸 육수에 된장을 살짝 풀어 재료 고유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440.

◇안양 해물탕= 정호식당. 이른바 ‘안양 해물탕’으로 유명한 노포 식당이다. 안양은 바닷가 도시는 아니지만 현지에서 직송한 갖은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가는 해물탕의 명성이 드높은데 바로 이 집에서 시작했다. 왕새우의 감칠맛이 녹아든 진하고 매콤한 국물이 식욕을 당긴다.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도 좋고 국수사리를 넣어 먹어도 그만이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로343번길 16.

◇생새우구이= 준우식당. ‘대하구이’가 아니라 새우구이라 정직하게 고백한다. 논밭이 펼쳐지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 앞에 있다. 널찍한 앞마당 야외에서 살아있는 새우를 구워 먹는다. 수조에서 방금 꺼낸 생새우를 소금이 깔린 솥에 넣고 굽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대가리를 잘라내 따로 좀 더 바싹 구워준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위시티로 3-8.

◇새우튀김= 고씨네고추장찌개. 용튀김이란 이름으로 파는데 사실 새우튀김이다. 커다란 새우튀김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대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바삭하게 튀겨낸 새우튀김을 매콤 달달한 고추장찌개에 곁들이면 궁합이 딱 맞는다. 고추장찌개 국물에 적셔 먹으면 한결 맛있다. 서울 중구 수표로 26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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