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3개, 풍선 몸체… 미래 로봇 실험장
UCLA 로봇 연구소 ‘로멜라’ 가보니

지난 17일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UCLA의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 연구실 문을 열자 커다란 선반에 로봇 20여 대가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수없이 넘어지며 훈련받다가 ‘은퇴’한 로봇들이다. 연구실 뒤편에서는 거대한 헬륨 풍선을 몸통처럼 달고 두 다리로 걷는 로봇 ‘발루’가 공중을 둥둥 떠다녔다.
지하 공간은 작은 제조 공장 같았다. 3D 프린터를 비롯해 로봇의 관절이나 몸체에 필요한 금속 부품을 직접 깎아 만들 수 있는 각종 장비가 들어섰다. 이곳 연구소 관계자는 “로멜라는 로봇 몸체 설계와 부품 가공·조립, 액추에이터와 전자 장치, 제어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까지 학생들이 직접 개발하는 소위 풀스택(full-stack) 로봇 연구소”라고 했다.
로봇 연구가 기업과 대학, 연구 기관을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다. 기업이 휴머노이드(인간형)를 공장과 물류 현장 등에 투입하기 위해 성능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며 양산 기술을 다듬고 있다면, 대학 연구실은 한발 앞선 ‘미래 로봇 기술’을 시험 중이다. 당장 상용화하기 어려운 새로운 로봇의 형태와 기능, 부품과 제어 기술 등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상상을 현실로”... 학계, 미래 로봇 연구 활발
로멜라를 이끄는 이는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우주공학과 교수다. 그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18종을 비롯해 로봇 58종을 제작했다. 미국 최초의 성인 크기 자율 휴머노이드 ‘찰리’, 화재 진압용 이족 보행 로봇 ‘새피어’, 학계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중에선 처음으로 걷고 달리는 ‘아르테미스’ 등이다.
로멜라에서 만든 로봇들은 생김새와 이동 방식, 용도가 모두 제각각이다. 다리가 세 개뿐인 로봇, 곤충처럼 여러 다리가 붙은 로봇, 바퀴 하나로 균형을 잡는 로봇도 있다.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려면 어떤 몸과 이동 방식이 가장 적합한지를 찾기 위한 것이다.

가령 라스트마일 배송을 위해서는 “상자 자체가 로봇의 몸이 되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상자에 다리가 붙었다 떨어지는 로봇 ‘림스’를 개발했다.
연구실을 둥둥 떠다니던 로봇 ‘발루’는 “왜 이족보행 로봇은 자꾸 넘어질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사람 형태는 균형을 잃으면 쉽게 쓰러진다. 연구진은 로봇에 작용하는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몸체를 거대한 헬륨 풍선으로 만들어 부력을 얻고 그 아래에 다리를 달았다. 중력의 영향을 줄이고 로봇이 넘어질 가능성을 낮춰 더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로멜라는 로봇 제작에 있어 ‘풀스택’ 방식을 고수한다. 이전에 없던 형태의 로봇을 만들려면 부품이나 액추에이터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홍 교수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이곳 연구실에 와서 로봇 작업 전반을 다 해내는 ‘로봇 전문가’가 되어 나간다”고 했다.
◇로봇 한 대 키울래도 ‘온 마을’ 필요
주요 대학의 로봇 연구소엔 기계공학부터 모터와 센서를 다루는 전기·전자공학, 움직임을 제어하는 제어공학,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컴퓨터과학과 소재 분야까지 여러 분야의 연구자가 모여 있다. 버클리 휴머노이드 센터에도 수학·컴퓨터공학·기계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속해 있다.
로봇 연구 센터도 늘어난다. 카네기멜런대(CMU)는 지난 2월 피츠버그에 약 1만4000㎡(4200평) 규모의 ‘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새로 열었다. 드넓은 실내 로봇 시험 공간과 야외 시험장과 드론 비행장도 마련했다. 미시간대, 스탠퍼드대 역시 로봇 연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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