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주택 공급, 반도체 속도전 결기로 정공법 펴라

이길성 기자 2026. 8. 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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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안맞는 용산공원 주택카드
관철돼도 현 청년층은 혜택 못봐
정책실패 가릴 알리바이 아니면
반도체 속도전처럼 공급해 보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서울 주택 공급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2차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용산공원에 주택을 짓겠다던 정부가 한 걸음 물러섰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2차 회동 뒤 “용산공원은 서울 내 부지를 폭넓게 찾는 과정에서 검토 대상이 됐을 뿐”이라며 “다음 달 발표할 추가 공급 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용산공원 카드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김 장관은 공론화, 특별법 개정, 서울시·용산구 등과 협력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단기 공급 대책과 분리해 불씨를 살려둔 셈이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에) 제한적으로 청년·신혼부부용 주택을 지으려는 우리의 진심이 좀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제한적이란, “장교 숙소나 군인 아파트, 옛 방사청 부지 등 녹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모색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 장관이 ‘녹지 기능을 상실했다’는 장교 숙소 5단지는 2020년 7월 임시개방된 이래 도심 속 쉼터로 자리 잡아 이미 공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장교 숙소와 어린이 정원 등 임시개방 부지 누적 방문객은 180만명을 넘어섰다. 군인 아파트 부지는 옛 방위사업청 부지와 함께 국토부가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서 ‘남산과 용산공원을 잇는 남북 녹지축의 핵심 거점’이자 국민에게 가장 빠르게 돌려줄 ‘최우선 공원 조성 부지’로 못 박은 땅이다. 김 장관의 구상은 정부 스스로 만든 국가공원 마스터플랜의 기본 철학과도 모순된다.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는 “용산공원은 일제강점기부터 군부대를 운영하며 깎아내고 연병장을 만들고 건물을 지은 곳”이라고 했다. “그걸 훼손이라고 한다면 일부를 빼고는 용산 구역 전체가 훼손지”라는 것이다. 김 장관 논리대로면 용산공원 어디에든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계획은 용산공원의 훼손된 지형을 자연스러운 능선형 생태숲으로 치유·복원하고 신규 건축을 철저히 지양한다는 것을 대원칙으로 한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용산공원 주택 공급 카드를 꺼낸 건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 주택의 신속 공급이란 명분이다. 그러나 특별법 개정, 오염 정화, 인허가에 최소 10년, 현실적으로는 15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원 본체가 아닌 산재부지인 캠프킴만 해도 오염 정화에 100억원 넘게 쏟아붓고도 반환 9년 만인 2029년에야 첫 삽을 뜰 예정이다. 김 장관이 말한 부지에 집을 짓는다 해도 완공될 무렵 오늘의 청년과 신혼부부는 40~50대 중년이 돼 있을 것이다. 결국 용산공원 카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희석하고 ‘공급을 위해 성역마저 깼다’는 알리바이를 남기려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공급 규모를 따져봐도 회의적이다. 정부가 눈독 들이는 어린이정원 30만㎡에 용적률 300%를 적용하면 5000~6000가구 안팎. 서울 연간 필요 입주 물량(4만~4만5000가구)의 한 달 반 치다. 소형 평형으로 2만 가구를 지어도 반년 치를 넘지 못한다. 진보·보수를 떠나 역대 정부가 20년간 지켜온 ‘공원 용도 외 금지’ 원칙을 허무는 대가 치고는 허탈한 숫자다. 서울 시민 63.9%가 반대하는 첫째 이유는 “단기 주택난을 핑계로 미래 세대의 자산을 훼손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5년짜리 정권이 도시의 100년 허파가 될 곳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다.

국민의 목소리는 ‘공원은 공원대로 두고, 집은 집이 들어설 자리에 지으라’는 상식적인 요구다. 정부가 주택 공급에 정말 진심이라면 세계 반도체 역사에 유례없는 ‘호남 반도체 속도전’처럼 해보라. 반도체는 ‘안 되는 이유가 백 가지여도 되게 하겠다’면서, 주택 공급은 못할 이유가 없잖은가. 용산공원을 허물 궁리를 하는 대신 그런 결기로 멈춰 선 도심 유휴 부지 개발을 되살리고 재건축·재개발 규제 실타래를 푸는 정공법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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