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전경예우

전관(前官)예우는 친분을 매개로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불공정 관행이다. 퇴직 후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이직한 고위공직자나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한 판검사들의 은밀한 부탁은 ‘직장 후배’들에겐 거절하기 힘든 압박이다. 그들만의 이기적인 거래가 법과 규칙을 무너뜨리고, 행정과 사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경찰이 수사권을 온전히 갖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전경(前警)예우’라는 신조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발생한 서울 서소문 고가 철거현장 붕괴 사고에 파견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간부가 해당 사건을 대리하는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일이 화제가 됐다. 수임 사건과 관련된 수사관과의 친분을 묻는 글이 로펌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퇴직 경찰들이 로펌에 들어가 현직 수사기관과의 인맥을 활용해 사건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감을 띠고 있다.
문제는 전경예우가 정·재계 중심의 기존 전관예우보다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민생범죄, 폭력 등을 다루는 경찰 수사가 전경예우와 결탁할 경우 초기 단계부터 수사 방향이 왜곡되거나 사건을 무마하는 폐단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가해자가 경찰 출신 변호사를 등에 업고 범죄에서 빠져나가는 동안, 약자들은 진실이 매장되는 것을 지켜보며 눈물만 흘려야 한다.
돈이 없으면 죄인이 되는 참담한 현실이 예상되는데도 통제 장치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총경급 이하 경찰관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경찰 내부에 퇴직 경찰관과의 사적 접촉을 신고하는 제도가 있지만,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2021년 신고 건수가 42건으로 전년(3건) 대비 폭증했음에도, 경찰은 이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방치했다(박상웅 국민의힘 의원)고 한다.
경찰 수사권 확대가 사법권력 사유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 변호사 자격과 상관없이 수사부서 출신에 대한 이직 심사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서두르고 내부 견제 장치도 정비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형사사법 체계 개혁이 ‘전경예우’ 적폐를 양산하지 않도록 정부는 엄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혜영 논설위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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