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태풍의 눈 ‘美 국채 쇼크’

강현철 2026. 8. 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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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발(發) '채권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최근 30년물이 연 5.3%를 찍는 등 장기물을 중심으로 무섭게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 재무부가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국채를 되사는(바이백) 긴급 처방까지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한은의 경고처럼 미 국채 금리의 급등은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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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미국 뉴욕발(發) ‘채권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최근 30년물이 연 5.3%를 찍는 등 장기물을 중심으로 무섭게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 재무부가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국채를 되사는(바이백) 긴급 처방까지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이번 금리 폭등은 한차례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인공지능(AI) 투자 붐이라는 거대한 두 축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산시장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은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미국의 실질금리는 2025년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이는 △AI 투자 급증에 따른 회사채 발행 증가 △구조적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인한 중장기 기간프리미엄 상승 △연준 정책 기대 변화 △중장기 생산성 향상 기대 등이 원인이다.

올해 미 투자등급 회사채 총 발행 규모는 AI 관련 회사채 발행 증가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25% 늘어난 2조25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은 2026년 8210억달러, 2027년 1조2680억달러, 2028년 1조4150억달러로 추산된다.

금리가 뛰면서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차입 투자’를 감행하는 빅테크들의 신화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 주요 AI 기업들의 채권 가산금리와 부도 위험 지표인 CDS 프리미엄이 일제히 급등한 것이 그 반증이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 또한 40조달러(약 5경5000조원)를 돌파했다. 사회보장·메디케어(의료보험) 등 의무지출 증가, 국방비 증액 지속 등으로 경기 호황기에도 축소되기 어려운 만성적인 구조적 재정적자로 전환한 상태다. 재정적자는 올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약 6%(2.1조달러)에서 2036년 6.7%(3.1조달러)로,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GDP 대비 101%에서 120%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중순 이후 중장기 국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국채 금리 또한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AI가 그린 일러스트.


여기에 연준(Fed)이 올들어 물가안정과 고용이라는 양대 책무 사이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기울어짐에 따라 시장의 통화정책 기대가 매파적으로 재조정되면서 단기 국채를 중심으로 실질금리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한은은 금리 상승을 초래한 구조적 요인이 지속돼 향후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장기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미국 경제를 견인했던 AI 투자 자금조달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금융여건이 위축되는 한편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경고처럼 미 국채 금리의 급등은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은도 미국의 금리 급등을 강건너 불구경할 순 없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커질 경우 유동성이 미국으로 빠져나가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고,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은으로선 기준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의 급강하 가능성이다. 미 빅테크 기업들이 신용 리스크에 직면해 AI 투자를 축소하거나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반도체 수출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일본 정부와 손잡고 엔화 환율에 전격 개입한 것도 미 국채 시장의 붕괴를 막으려는 처절한 방어 전략이다. 일본 정부가 보유중인 미 국채를 팔아 엔·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시장 개입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조114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갖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거대한 태풍을 앞두고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미리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지 않는다면, 자칫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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