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띄우는 정부 vs 환경오염 경고하는 국제사회 ‘엇박자’
시범운항에 국제 환경단체 경고… 환경·안전 세부 대책 마련 시급

정부가 북극항로 상업화와 연관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대내외에서 환경·안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극항로가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오염사고 등 북극해 환경 위험에 대비한 후속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북극항로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을 위한 상업화 실증에 나섰다. 지난 22일 부산신항을 출발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45일간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운항하며 경제성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수에즈운하보다 약 7000킬로미터(㎞) 짧은 항로를 통해 정기항로 개설 가능성을 살핀다.
북극항로 산업화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도 추진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마련한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북극항로 특별법)’은 오는 12월 17일부터 시행된다. 법은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과 북극항로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재정·금융지원과 연구개발(R&D), 전문인력 양성 등의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국제사회는 정부의 북극항로 상업화에 따른 환경·생태계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북극 환경단체 ‘클린 아틱 얼라이언스’의 시안 프라이어 수석고문은 한국의 시범운항 관련 성명에서 “상업운항 증가는 기후 변화와 오염, 생물다양성 손실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블랙카본(불완전 연소로 생기는 탄소입자) 배출에 따른 해빙 가속을 경고했다. 로이터통신도 선박 운항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러시아 연안 항로를 둘러싼 서방과의 마찰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환경·안전 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은 아직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극항로 특별법은 국제조약 준수와 안전운항에 필요한 비상대응체계·지원 인프라 확보, 친환경 운항체계 구축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류 유출 방제나 블랙카본 저감 등 개별 환경 위험에 대한 세부 대책은 명시되지 않아 향후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에서도 유류 유출 방제나 블랙카본 저감 등 개별 환경 위험에 대한 별도의 세부 대응책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행령안은 연관산업 범위, 기본·실행계획 수립·시행 절차, 종합지원센터 지정, 전문인력 양성 등 법률 위임사항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북극항로를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환경·안전 대책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북극항로를 기회나 새로운 수익원으로만 바라보고 있는데,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극항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북극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권리를 내세우고 싶으면 그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