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은 최대 10% 싸게, 서울은 그대로···산업용 전기료 개편, 비수도권 기업 투자 끌어낼까
영호남 ㎾h당 최대 18원, 강원·충청 10~15원↓
기후부 “지역 균형 발전·산업 경쟁력 기대”
한전은 ‘적자’ 부담, 산업계는 실효성에 의문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남부지방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최대 약 10%, 충청과 강원은 최대 약 8% 싸진다. 비수도권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고, 기업 이전을 유도할 정도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따른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다. 지금까지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을 반영해 결정했는데 여기에 ‘지역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했다. 지역별 조정요금 항목을 근거로 비수도권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인 ㎾h(킬로와트시)당 181.9원을 기준으로 남부권(영·호남)은 13~18원, 중부권(강원·충청)은 10~15원이 낮아진다.
수도권은 북부(인천·경기 북부)와 남부(서울·경기 남부)로 구분했다. 수도권 북부는 6~10원을 낮추되 수도권 남부는 인하 폭을 0~1원으로 제한해 사실상 절감 효과가 없도록 설계했다. 제주는 전력 수급 특수성을 고려해 제외했다. 기후부는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이 최대 10% 저렴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한 권역 내에서도 행정구역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개발하고 있는 ‘지역우대지수’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기후부는 “종합적으로 전국이 11개 지역으로 구분돼 산업용 전기요금이 차등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 적용 명분으로 먼저 지역 균형 발전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들었다. 기후부는 “비수도권 전기요금 인하를 시작으로 첨단산업의 지역 투자가 촉진되면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규 투자 외에도 기존부터 지역에 있던 기업은 생산비 부담이 완화돼 수출 경쟁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이날 공청회에서 중국의 저렴한 범용 제품 과잉 생산에 고전하는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를 언급하며 “전기 요금이 너무 비싸서 경쟁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전기요금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지역 간 불균형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규모 전력망을 통해 수도권에 공급하는 단방향 구조를 깰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2024년 지역에너지통계연보를 보면 서울의 전력 자립도는 10.4%에 그쳤다. 기후부는 “전력 수요의 비수도권 이전과 발전 설비의 지역별 분산을 동시에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기후부는 산업계 요금 부담이 2조8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는 고스란히 한전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도매지역별가격제(LMP) 도입과 제도 개선, 재정 지원 등을 통해 한전 재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SNS에 “한전 적자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 지원을 병행한다고 하지만 소매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한계는 너무나 명확하다”고 밝혔다.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요금제 개편은 일단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이미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놓은 상황에서 중국과 경쟁을 펼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후부에 따르면 중국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h당 120원대다. 한국의 66% 수준이다.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이유수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전기요금만으로 이전을 결정하지 않는다”면서 “기반시설, 세제 혜택, 고용관계,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업이 다른 여건은 안 고려하고 전기요금만 고려해 (사업장을) 이전했다고 한다면 기반시설 등이 없기에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고 했다.
기후부와 한전은 올해 안 도입을 목표로 설계안을 빠르게 확정하고 근거 고시와 전기요금약관 개정 등 후속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당장 오늘이라도 확정해서 한시가 급한 기업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다만 지역별 차등 정책을 가정용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논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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