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N께서 의사결정할 내용”···HL만도 내부문건, 정몽원 수사 확대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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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 평택공장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가 정몽원 HL그룹 회장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유족과 노동조합이 정 회장을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지목해 고소·고발한 데 이어 정 회장의 경영 관여 정황이라고 주장하는 내부문건도 공개하면서다.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유족과 노조는 정 회장의 실질적인 경영 관여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관련 내부자료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유족과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정 회장과 조 대표, HL만도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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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노조, 정 회장 실질적 경영책임자로 고소·고발
금속노조, 사내 주요 현안 매일 보고 지침 공개···“HJN(회장님)은 정몽원 지칭”
문건에 안전·보건 직접 언급 없어···실제 보고·결재 여부 확인이 관건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HL만도 평택공장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가 정몽원 HL그룹 회장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유족과 노동조합이 정 회장을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지목해 고소·고발한 데 이어 정 회장의 경영 관여 정황이라고 주장하는 내부문건도 공개하면서다.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유족과 노조는 정 회장의 실질적인 경영 관여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관련 내부자료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7월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발생했다. 협력업체 소속 김승모씨(28)는 당시 ABS 가공라인의 MCT(머시닝센터) 설비 내부에서 윤활 상태를 점검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유족 측은 김씨가 설비 내부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원청 작업자가 기계를 가동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고발장에도 같은 내용이 담겼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후 HL만도 평택공장 등을 압수수색하며 사고 원인과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을 수사해왔다. 노동부는 지난 19일 조성현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HL만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조4548억원, 영업이익 3571억원을 기록한 국내 주요 자동차부품업체다. 정 회장은 HL그룹 회장이면서 HL만도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HL만도는 정 회장의 활동 분야를 'HL그룹 총괄'로, 조 대표는 '대표이사 CEO'로 기재하고 있다.

이어 금속노조는 최근 'HJN 부재중 Daily 주요 업무 보고 지침'이라는 자료를 공개했다. 노조가 HL만도 내부자료라고 밝힌 이 문건에는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HJN께서 반드시 인지 or 의사결정 하실 내용"을 매일 보고하도록 적혀 있다. 대외 고객 관련 사항을 비롯해 대관·언론·법률·품질 이슈와 대내 중요 현안 등이 보고 대상의 예시로 제시됐다.
문건 자체에는 HJN이 누구인지 별도로 적혀 있지 않다. 노조는 HJN이 '회장님'을 뜻하는 회사 내부 약칭으로 정 회장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김한주 금속노조 언론국장은 시사저널이코노미와 통화에서 "HJN은 회장님의 약자로 수십년간 내부 문건에 사용해왔고 모든 구성원이 그렇게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장님을 지칭할 때는 'CJ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도 설명했다. 정우준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도 "회사 내부에서 VIP와 같은 방식으로 정 회장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해당 지침에 따라 어떤 내용이 정 회장에게 보고됐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게 정 국장의 설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경영책임자는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고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가 이행되도록 관리할 책임을 진다.
결국 대표이사나 회장이라는 직함 자체보다 실제로 누가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행사했는지가 중요하다. 고용노동부도 앞서 중대재해 사건의 경영책임자를 판단하면서 대표이사에 준해 안전보건 조직·인력·예산에 관한 총괄 및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법원도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주체에 사업체나 법인의 '최상부 또는 최종적 의사결정권자'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들이 정 회장의 과거·현재 지위뿐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 구조를 문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고소·고발장에서 정 회장이 과거 만도 대표이사를 지냈고 현재까지 등기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회사가 정 회장의 이사 선임 배경을 '당사 업무 총괄 및 대외 업무수행의 안정성'으로 기재한 점과 계열사 임원 인사권 행사, 각 부서의 직접 보고·결재 등을 근거로 정 회장이 실질적인 최종 의사결정자라고 주장했다.
고소·고발인 측은 조 대표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 회장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한 경영책임자로 인정되더라도 조 대표가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책임을 함께 부담할 수 있고, 반대로 정 회장을 사업총괄책임자로 볼 수 없다면 대표이사인 조 대표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문건만으로 정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건에는 대관·언론·법률·품질 등이 보고 대상의 예시로 적혀 있을 뿐 안전·보건은 직접 언급돼 있지 않다. 정 회장이 실제 안전보건 조직과 예산, 인력, 설비투자 등 재해 예방과 관련한 사항까지 보고받거나 의사결정했는지가 향후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도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국장은 "정 회장이 실제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경영상 최고 결정이나 이에 준하는 내용을 정 회장이 직접 관리했고 실제 안전보건 관련 사항까지 보고됐다면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에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HL 측은 HJN의 의미와 해당 문건의 작성·사용 여부, 정 회장의 경영 및 안전보건 관련 의사결정 관여 여부 등에 대한 시사저널이코노미의 질의에 이날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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