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등산가방은!’···퇴근길에 종일 수색했던 실종자 행색 한눈에 알아본 소방관
수색작업 종료 후 퇴근 길에 낯익은 가방 발견
“실종자 빨리 찾아 동료들 고생 덜어 다행”

“퇴근하면서 습관적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등산가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날부터 계속 보던 가방이라 혹시 찾던 분이 아닐까 생각했죠.”
김헌식 상주소방서 함창119안전센터 팀장(57)은 26일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실종자를 발견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김 팀장은 우울 증세를 보이는 50대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 21일 오후 10시쯤 상주시 함창읍 척동리 일대 수색에 투입됐다. 경찰과 소방대원, 의용소방대 등은 실종자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 일대를 나눠 수색했다.
수색은 자정을 넘겨 22일 새벽 1시까지 이어졌지만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밤 기온은 28~29도, 습도도 98%에 달해 수풀을 헤치며 수색하던 대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김 팀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수색작업을 종료한 뒤 근무자와 교대했다.
김 팀장은 “실종자가 50대여서 혹시 안 좋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컸다”며 “밤사이 찾지 못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색에 더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당시 실종자의 얼굴은 폐쇄회로(CC)TV 화면만으로 정확히 식별하기 어려웠다. 대신 어깨에 멘 연한 하늘색 계열의 등산가방이 김 팀장의 기억에 남았다.
퇴근길에 오른 김 팀장은 길가를 걷던 한 여성의 가방을 보고 곧바로 차를 세웠다. 그는 “직업 때문인지 평소 지나가는 사람들을 습관적으로 살피는데 그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운 뒤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처음엔 경계하던 여성은 김 팀장이 소방관 신분을 밝히고 “남편이 실종 신고를 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고 설명하자 안정을 찾았다.
김 팀장은 곧바로 119와 안전센터에 실종자 발견 사실을 알리고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실종자는 건강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이후 가족에게 무사히 인계됐다.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이날 오전에도 경찰과 소방대원 등 60명가량이 다시 수색에 나설 예정이었다. 김 팀장은 “실종자를 빨리 찾으면서 동료들이 더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추가 소방력도 투입되지 않게 돼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하다 보면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된 출동도 적지 않다”며 “사회적으로 정서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줄어들고 이런 안타까운 일도 조금씩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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