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하면 보복까지… 10대 옭아맨 '불법 콜택시' 직접 타봤다 [콜뛰기 無질서②]

이혁기 기자 2026. 8. 26. 13: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택시 표시등도, 미터기도 없는 일반 승용차가 손님을 싣습니다.

콜뛰기가 택시보다 싸다고 했는데, 바가지요금을 낸 건 왜일까요? 지난해까지 콜기사로 활동했던 김윤후(가명·24)씨는 "㎞당 요금을 받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울수록 요금이 비싸진다"면서 "거리를 정하는 방식은 자기들 마음대로라 가끔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 더 은밀해진 불법택시 = 콜기사가 무전기로 대화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무엇보다 무전기로만 소통하는 탓에 이들 조직이 '콜뛰기를 했다'는 증거를 발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10대 파고든 ‘콜뛰기’ 2편
불법 택시 직접 타보니…
콜기사, 총책과 무전기 소통
범행 잡아 떼면 검거 쉽지 않아

택시 표시등도, 미터기도 없는 일반 승용차가 손님을 싣습니다. 차 안에서 들려오는 건 무전기 소리와 은밀한 암호들뿐입니다. 언젠가부터 10대 청소년의 '위험한 발'이 된 불법 택시, 이른바 '콜뛰기'의 한 풍경입니다. 명백한 불법 영업을 일삼는 콜뛰기는 어떻게 경찰의 눈을 피하고 있을까요? 더스쿠프가 직접 타봤습니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10대 파고든 콜뛰기' 2편입니다.

콜뛰기 조직은 철저히 무전기로만 소통한다. 사진은 기자가 촬영한 콜뛰기 차 내부. [사진 | 더스쿠프 포토]
우리는 1편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침투한 불법 택시, '콜뛰기'의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아이들은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과 실내 흡연 등 일탈의 유혹에 이끌려 위험천만한 콜뛰기에 올라타고 있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차량 안전 점검이나 보험 가입 여부 등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콜뛰기가 초래할 갖가지 위험에 청소년들이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콜뛰기 차량은 실제로 어떻게 운행하고 있을까요? 평소 콜뛰기를 자주 이용하는 방선호(가명·17)군으로부터 번호 하나를 받아 직접 타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전화부터 걸었습니다. "네." 전화를 받은 남자는 한마디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배곧동 ○○아파트 앞인데, 월곶동 △△아파트로 이동하게 차 한대만 보내주세요." "네, 보내드릴게요." 짧은 응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잠시 기다리자 다른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안녕하세요, 콜 기사인데요. 어디 계시죠?" "○○아파트 정문 경비실 앞에 있어요." 그러자 상대방은 '10분 정도 걸린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거기서 몇분 더 기다리자 은색 국산차 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더니 경비실 앞에 멈췄습니다. 차 외부에는 택시임을 알리는 어떤 문구나 표시등도 없었습니다. 뒷문을 열고 탑승하자 콜뛰기 기사(이하 콜기사)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콜기사 : "어디로 가세요?"
기자 : "△△아파트로 가주세요."

목적지를 말하자 콜기사는 손에 든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보고했습니다. "모시고 갈게요." 콜기사는 운전 중에도 계속해서 무전기를 사용하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콜기사 : "배곧에서 월곶까지 몇 킬로(㎞)죠?"
무전기 상대방 : "1킬로요."
콜기사 : "확인."

[사진 | 더스쿠프 포토]
콜기사가 무전기로 소통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네온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차 내부엔 주행 요금을 측정하는 미터기와 택시운전자격증 등 '택시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없었습니다. 영업용 택시가 아닌, 영락없는 개인 승용차입니다. 가는 길에 콜기사와 몇마디를 나눴습니다.

기자 : "시간대와 상관없이 가격은 다 똑같나요?"
콜기사 : "네, 다 똑같아요. 할증도 없고."
기자 : "흡연도 가능할까요?"
콜기사 : "네, 가능하세요."
기자 : "빨리 가달라고 하면 신호도 다 무시하고 가주나요?"
콜기사 : "웬만하면 해 드려요."

목적지에 거의 도달하자, 무전기에서 신호와 함께 새로운 배차 정보가 들려왔습니다. "… ○○에서 배곧. 9531 31××, 9531 31××." 그러자 기사가 뒷번호 네자리를 짧게 답합니다. "31××." '고객 전화번호를 외웠다'는 뜻으로 일종의 '복명복창'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콜기사는 콜비용으로 1만원을 요구했습니다. 택시 호출앱에 찍힌 택시비(7600원)보다 2400원 더 비쌌습니다. 콜기사가 불러준 계좌로 송금하고 차에서 내리자, 콜뛰기는 빠른 속도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습니다.

콜뛰기가 택시보다 싸다고 했는데, 바가지요금을 낸 건 왜일까요? 지난해까지 콜기사로 활동했던 김윤후(가명·24)씨는 "㎞당 요금을 받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울수록 요금이 비싸진다"면서 "거리를 정하는 방식은 자기들 마음대로라 가끔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 더 은밀해진 불법택시 = 콜기사가 무전기로 대화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1편에서 잠깐 언급했던, 일명 '메인'이라고 불리는 콜뛰기 조직의 총책(중앙 관리자)입니다. 고객을 응대하고 콜기사에게 고객 전화번호를 넘겨주는 게 메인의 역할입니다.

중간에 콜이 취소되면 콜뛰기 조직은 번호를 수소문해 손님을 찾아내기도 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인은 콜기사와 일명 '오더폰'이라 불리는 무전기로만 소통합니다. 문자나 메신저는 쓰지 않습니다. 무전기 교신보다 속도가 느린 데다 증거로 남을 우려가 있어서입니다. 소통 방식도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데, 모두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나름의 보안 수칙입니다.

김씨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메인은 콜기사를 '닉네임'으로만 부른다. 천사(1004), 오빠(58) 등 부르거나 적기 쉽게 짓는다. 고객 전화번호도 딱 두번만 불러준다. 그러면 콜기사는 열심히 외워야 한다. 두번 안에 못 외우면 메인한테 욕이 날아온다."

손님이 중간에 콜을 취소했을 때의 '매뉴얼'도 있습니다. 콜기사에게 '사다리'라고 불리는 수수료를 내는 게 이 업계의 '암묵적 룰'입니다. 선호군은 "콜 비용과 똑같은 금액을 콜기사한테 이체해 줘야 한다"면서 "사다리를 안 내면 학교 후배들을 시켜서 번호를 수소문해 어떻게든 찾아낸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콜뛰기 조직이 자신들만의 규정을 만들어 10대 청소년들을 옭아매고 있는 셈입니다.

메인과 콜기사 간의 수익 분배는 '상납금'으로 이뤄집니다. 김씨가 콜기사 시절 냈던 상납금은 월 30만원. 언뜻 액수가 큰 듯하지만, 김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습니다. "상납금 30만원만 제대로 내면 메인은 콜기사를 터치하지 않는다. 자기가 운전한 만큼 돈을 버는 구조다. 콜기사가 난폭운전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요금을 거리로만 책정하기 때문에 빨리 갈수록 이득인 것도 있지만, 그래야 콜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콜뛰기 왜 통제 못하나 = 자! 어떤가요? 10대를 파고든 콜뛰기 조직의 위험성이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콜뛰기 조직이 이렇게 커질 때까지 정부와 지자체, 수사기관은 뭘 한 걸까요? 통제가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무전기로만 소통하는 탓에 이들 조직이 '콜뛰기를 했다'는 증거를 발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콜기사와 메인에게 보내는 상납금 역시 불법 영업의 결정적 증거가 되진 않습니다. 겉보기엔 지인 간의 평범한 송금과 다를 바 없어서입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계좌 내역을 확보하더라도 '친구끼리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입을 맞추면 경찰로서도 수사를 이어가기 어렵다"면서 "액수 자체가 소액이라 현찰로 주고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거래 기록조차 남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콜기사가 사용하는 무전기.[사진 | 더스쿠프 포토]
경찰이 무전기 교신 내용을 녹음하더라도 증거로 쓰기 어렵습니다.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녹음하는 행위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자신과의 대화가 아닌 제3자 간 교신 내용을 녹취하는 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며 말을 이었습니다. "형사소송법엔 독수독과毒樹毒果란 원칙이 있다. '독이 든 나무에선 독 열매가 열린다'는 뜻이다. 이 원칙에 따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법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처럼 콜뛰기 조직은 법의 사각지대와 은밀한 보안 수칙 뒤에 숨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타는 사람만 탄다'는 말은 이제 옛말입니다. 어느덧 10대 청소년들의 일상까지 파고든 상태입니다. 온갖 위험을 달고 도심을 질주하는 콜뛰기에 아이들이 몸을 맡기는 이 현실을, 이대로 두고 봐도 괜찮은 걸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