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직업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내 ‘일’을 바꾸자[김한솔의 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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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직장'을 모토로 회사 생활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내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져야 하는가'를 확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가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일'과 의미 있게 연결되지 않아서는 아닐까? 무작정 열심히 하기보다 내가 하는 것들이 조직에서 기대하는 방향과 같은지를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하다. 콜드메일 보내는 것은? 메일 초안 작성은 AI에 맡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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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직장’을 모토로 회사 생활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는 회사를 바꾸는 게 ‘큰일’이었다. 그러다 ‘이직’이 경쟁력인 시대가 열렸다. 한 회사에서의 경력을 기반으로 더 큰 조직으로 이동하거나 본인의 경쟁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며 연봉을 높이는 게 현명한 행동으로 인식됐다. 이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업’을 바꾸는 시대가 됐다. 처음 선택한 직업이 적성에 안 맞아 제 2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이런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AI 시대의 생존법
특히 ‘개발자’ 시장의 장벽이 낮아졌다. 자연어,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에 쓰는 말들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바이브 코딩’ 덕에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드를 전혀 몰라도 누구나 앱이나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최근 ‘토스(TOSS)’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토스 앱에 등록된 미니앱이 1만 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놀라운 건 작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5000개가 등록됐는데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5000개가 만들어진 것이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앱을 만들어서 별도의 광고비 없이 소비자 테스트를 받아볼 시장이 생긴 셈이다. 한 개발자는 토스 인앱을 통해 하루에 15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그럼 이제 모두 개발자로의 ‘전직’을 목표로 또 다른 삶을 살아야 할까? 당연히 아니다. 유튜브 덕에 모두가 콘텐츠를 만들어 올릴 수는 있지만 스타가 돼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 몇 안 되는 것처럼 쉬워진 앱 개발 덕에 엄청난 양의 산출물이 나오지만 실제 쓰여지는 건 극소수다.
하지만 내 직업을 바꾸긴 바꿔야 한다. AI가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시대, 예전 방식을 고수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AI 시대에 직장인들은 ‘직업’을 바꾼다는 의미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내 직업을 ‘다른 각도’에서 고민하자는 뜻이다. 물리적인 직업 자체가 아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재구성해 바꿔나가야 한다.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은 최대한 AI에 넘기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는 게 그 사람의 경쟁력이 된다. 그래야 AI가 많은 것을 대체해 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뭘 해야 할까? ‘AI에 뭘 맡길까’를 대뜸 생각한다고 아이디어가 막 샘솟지는 않는다. 내 직업의 본질을 온전히 수행하되 AI를 잘 활용하면서도 나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3단계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까지 파고 들어가야 AI에 ‘제대로’ 맡길 일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고민은 ‘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답 찾기다. 질문이 너무 막연한 것 아니냐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질문이 막연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아왔다는 방증이다. 혹은 쉽게 답하는 사람도 있다. 영업 조직을 예로 들면 ‘고객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안타깝지만 이 답변도 맞진 않는다. 그건 직원이 하는 ‘행동’이지 그 사람이 하는 ‘일’은 아니다.
정확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 질문을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하면 ‘나는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을 책임지고 있는가’로 바꿔볼 수 있다. 이젠 조금 생각이 떠오르는가? 이 질문에 ‘고객 만나는 일’이라는 답변은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신규 고객 발굴을 책임진다’고 말하거나 ‘기존 고객의 만족도를 관리한다’고 답할 수 있다. HR 부서 직원은 ‘채용’이 본인의 책임일 수 있고 ‘재고관리’를 책임지는 사람도 있다. 재무 부서 담당자는 회사의 ‘자금관리’를 책임진다. 이렇게 각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키워드는 내가 무엇을 ‘책임’지느냐다.
◆내 일에서 AI가 잘할 일을 찾아라
내가 하는 일을 찾아냈다면 두 번째 질문은 ‘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가’이다. ‘신규 고객 발굴’이라는 일을 하는 영업 조직 구성원을 예로 들면 ‘타깃 고객군 선정’이 필요하고 ‘잠재 고객과의 미팅 조율 업무’도 해야 한다. 또 ‘고객 니즈 파악’이라는 결과물도 필요하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내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져야 하는가’를 확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많은 직원들이 ‘바쁘게’ 일은 하는데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답해한다. 어쩌면 지금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가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일’과 의미 있게 연결되지 않아서는 아닐까? 무작정 열심히 하기보다 내가 하는 것들이 조직에서 기대하는 방향과 같은지를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정리하는 일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다. 내가 매일같이 하는 행동들이 이에 대한 답이 된다. ‘타깃 고객군 선정’을 하려면 ‘시장 조사’를 통해 적합도를 평가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잠재 고객과의 미팅 조율’을 위해 ‘담당자 탐색’부터 ‘콜드콜이나 콜드메일’을 보내는 등의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AI와의 협업을 고민해야 한다.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이 뭔지, AI에 맡길 일은 뭔지를 골라야 한다. 예로 든 ‘시장 조사’는 누가 하는 게 나을까? 내가 하나하나 뒤져볼 수도 있지만 AI에 검색을 맡기는 게 더 빠르다. 이렇게 해서 추출된 후보군 중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이건 사람이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조직의 현재 상황과 맞닿는 기업은 내가 더 잘 아니까. 콜드메일 보내는 것은? 메일 초안 작성은 AI에 맡길 수 있다. 글 하나는 AI가 기가막히게 잘, 그리고 빠르게 써 주니까. 하지만 실제 발송 버튼을 누르는 건 내가 해야 한다. 책임은 내 몫이다.
이게 AI 시대에 직업을 재설계해서 현명하게 생존하는 방법이다. AI가 많은 프로그램들을 쉽게 만들어준다고 ‘나도 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는 건 너무 위험하다. 하지만 내가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풍부한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 AI를 접목하는 건 나의 힘을 ‘증강’시키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다. 그래서 내 ‘일’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AI 때문에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가’라는 공포는 조금 줄어든 듯하다.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결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심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게 과거와 똑같이 일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AI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내 일을 재설계해 보자. AI에 ‘적합한 자리’를 잘 찾아내는 게 나의 ‘직업’을 바꾸는 시작이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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