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예인들이 지켜온 북촌 ‘공공한옥’ 공방이 사라진다···“공예마을 의미 퇴색 우려”

노도현 기자 2026. 8. 2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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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북촌에 있는 북촌단청공방. 김도래 대표 제공

형형색색의 단청 문양이 전통 한옥 곳곳을 수놓았다. 작업 공간에는 청·적·황·백·흑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는 단청 안료와 붓들이 놓여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북촌단청공방’은 사찰·궁궐 등 목조건축물에 여러 가지 색과 무늬를 입히는 단청을 배우고 체험하는 곳이다.

북촌단청공방은 2대째 가업을 잇는 김도래 북촌불교미술보존연구소 대표가 2017년부터 꾸려온 곳이다. 한국 전통문화를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 발길도 꾸준하다.

이 곳은 서울시가 소유한 한옥을 민간에 맡겨 운영하는 ‘공공한옥’ 공방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내년 5월 위탁 운영 협약 기간이 끝나면 이 한옥은 더는 공방으로 쓰이지 않는다. 서울시가 북촌 공방 용도 공공한옥을 신혼부부·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예인들은 공공한옥 공방이 사라지면 북촌이 지닌 공예마을로서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간 서울시는 한옥 보존을 위해 매입한 한옥 상당수를 민간에 위탁해 공방·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해 왔다. 단청·목공·염색·매듭을 비롯한 각 분야 공예인들은 최대 10년간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대신 공방을 개방해 작업 과정을 보여주고 화장실을 제공했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한옥은 총 35곳으로, 이 중 27곳이 북촌에 있다. 2009~2014년 16곳에 달했던 공방 용도 공공한옥은 지난달 기준 7곳이 남아 있다. 모두 위수탁 협약 기간이 끝나면 순차적으로 임대주택으로 바뀔 예정이다. 시는 이미 올해 초 종로·성북구에 있는 다른 공공한옥 7곳을 ‘미리내집 연계형 공공한옥’으로 전환해 신혼부부 입주자를 모집했으며, 3곳이 입주를 마쳤다.

북촌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왕실에 납품할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 공방인 ‘경공방’이 밀집했던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 지역공예마을 육성 시범사업으로 북촌 공예 브랜드 ‘경공방 북촌’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공예인들이 협약 종료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다만 기존 운영자가 나간 뒤 다른 공예인이 공공한옥 공방을 이어갈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다.

북촌단청공방에 장식된 단청 문양. 김도래 대표 제공

김 대표는 “공간 용도가 바뀌면 북촌에서 공예마을 명맥을 이어갈 구심점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루까 북촌전통공방협의회 회장도 “이미 북촌의 많은 한옥이 카페나 상점으로 바뀐 상황”이라며 “공공한옥 공방이 사라지면 북촌만의 고유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예인들이 북촌에 자리 잡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관광객이 늘고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북촌 일대 임대료는 크게 올랐다. 김 대표는“공공한옥을 나온 공예인 중에는 북촌에 남았지만 지하나 옥상으로 작업실을 옮긴 경우도 있다”며 “북촌에 새롭게 진입하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리공예가 박선영씨는 “외국 업체들로부터 한국 색채를 녹여 작품을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정작 북촌에선 뿌리가 뽑혀 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방들이 주거지 안쪽에 있어 방문객 유입에 따른 주민 민원이 이어진 점 등을 고려해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방들이 대부분 정주 환경 보호가 중요한 북촌1구역 및 특별관리지역 레드존·옐로우존에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통 문화도 전승돼야 하지만 한옥 주거지로서 정주성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공예인들이 참여해 다양한 전통공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공한옥인 북촌전통공예체험관은 운영을 지속하고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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