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숟가락만 먹어도 배불러… 갱년기인 줄 알았는데 혈액암”[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환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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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중에서도 생소한 질환인 '골수섬유증(Myelofibrosis)'은 골수가 섬유화되면서 정상적인 혈액 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귀 질환이다. 이성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와 실제 골수섬유증을 투병 중인 이연우 씨(54)를 만나 질환의 특성과 치료 과정, 환자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었다.
실제로 골수섬유증 환자의 30∼50%는 첫 진단 무렵부터 빈혈을 겪고 상당수가 수혈을 필요로 한다.
골수섬유증은 혈액 검사와 현미경으로 혈액 세포를 직접 관찰하는 말초혈액 도말검사, 골수생검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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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섬유화로 혈액세포 못 만들어… 연 환자 400명, 8년전보다 2배↑
‘피 공장’ 멈춰 비장이 8배로 커져… 고위험군은 조혈모세포 이식 고려
비장 크기 감소 표적치료제 개발


갱년기 증상이나 비만, 빈혈로 오인
골수는 우리 몸의 혈액을 만들어내는 ‘피 공장’이다. 골수에는 혈액을 만들기 직전에 어미가 되는 세포들, 즉 ‘전구세포’가 있다. 골수섬유증은 이 전구세포에 유전자 변이가 생겨 이상 증식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염증성 물질로 인해 골수가 흉터 조직처럼 뻣뻣하게 섬유화되는 질환이다.
이 교수는 “7, 8년 전만 해도 연간 200∼300명가량 진단됐는데 최근에는 400명 이상으로 늘었다”며 “인구 고령화와 함께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수섬유증의 초기 증상은 일상적인 피로나 면역력 저하와 비슷해 환자들이 간과하기 쉽다. 이 씨 역시 처음에는 갱년기나 비만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 이 씨는 “37∼38도의 미열과 함께 온몸이 가렵고 무릎이나 팔꿈치 등에 관절통도 생겼다”며 “특히 밥을 두 숟가락만 먹어도 배가 꽉 찬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비만클리닉에서 진행한 피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했고 결국 골수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골수 섬유화’로 피 공장 멈춰
혈액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몸은 뼈 외부의 장기, 특히 ‘비장’에서 불필요한 조혈 작용을 시도한다. 이로 인해 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비장 종대’가 발생한다.
이 교수는 “보통 비장은 주먹 크기인 200㏄ 정도지만 이 씨는 진단 당시 비장 크기가 1670㏄로 정상의 8배에 달했다”며 “비장이 위를 압박해 조기에 배부른 느낌이 들고 심한 빈혈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빈혈이 생기는 이유는 골수라는 공장이 딱딱한 시멘트처럼 섬유화되면서 적혈구를 만들어낼 공간이 사라져 피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좁고 뻣뻣하게 변해버린 골수 통로를 억지로 비집고 나오다 보니 원래 동그랗고 말랑말랑해야 할 적혈구가 물방울 모양이나 뾰족한 모양으로 구겨지거나 상처를 입게 돼 쉽게 파괴된다.
실제로 골수섬유증 환자의 30∼50%는 첫 진단 무렵부터 빈혈을 겪고 상당수가 수혈을 필요로 한다. 이 씨는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갑자기 어지럽고 앞이 노랗게 변하면서 식은땀이 흘러 앉아 쉬어야 했다”며 빈혈로 인해 응급 수혈을 받았던 경험을 전했다.
골수섬유증은 혈액 검사와 현미경으로 혈액 세포를 직접 관찰하는 말초혈액 도말검사, 골수생검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백혈구·적혈구 및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지 검사하고, 눈물방울 모양 등 기형적인 혈구가 있는지 확인한다. 또 골수 조직을 채취해 염색한 후 섬유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도 살펴본다. 이 외에 유전자 변이 유무를 측정하고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비장의 정확한 크기와 부피도 측정한다.
표적치료제 개발로 환자 희망 커져
골수섬유증은 환자의 위중도에 따라 치료 목표가 달라진다. 고위험군은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고려한다. 하지만 비교적 저위험군에 속한다면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선택한다. 빈혈이나 비장 종대 등 증상을 개선시켜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다. 이때 표적치료제는 비장의 크기를 줄이고 빈혈 등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씨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신체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진단 당시 1670㏄였던 비장 크기는 최근 470㏄까지 크게 줄었다. 첫 수혈 이후 추가 수혈 없이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치료제 선택지가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비장 축소에 특화된 약제나 빈혈 개선에 효과적인 신약 등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됐다”며 “기존 약제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들을 위한 임상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생소한 병명에 너무 막막하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주치의 선생님을 믿고 환우회를 통해 정보를 나누다 보니 희망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치료제도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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