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단감 농사에 잎까지 마른건 처음… 과일 직접 피해 아니라고 보험금 거절”

창원=신예린 기자 2026. 8. 26.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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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단감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처럼 잎까지 말라버린 건 처음입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이성식 씨(69)는 갈색으로 바짝 마른 감나무 잎을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의 단감 과수원은 과실이 직접 '햇볕 뎀'(일소) 피해를 입은 경우에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감나무 잎이 말라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피해에 대해선 보상을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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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폭염-돌발 가뭄-괴물 폭우에 농가 피해 속출, 현장 가보니
창원 감농장 “3분의 1 수확 포기”
제주 가뭄에 당근 파종 늦었는데… “발아율 80% 안되면 보험 못들어”
이상기후로 재해보험 사각 늘어… “생산량-소득 감소 맞춰 손질 필요”
21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있는 단감 과수원의 감나무 잎들이 폭염과 가뭄의 여파로 바짝 말라 갈색으로 변해 있다. 잎이 마르면 광합성량이 줄어 열매가 잘 자라지 못한다. 창원=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40년 동안 단감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처럼 잎까지 말라버린 건 처음입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이성식 씨(69)는 갈색으로 바짝 마른 감나무 잎을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창원 일대에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진 데다 가뭄까지 겹쳐 잎이 마르고 열매가 쪼그라든 것이다. 과수원에서 열 발자국만 가면 주남저수지가 있지만, 지난주 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어 감나무에 댈 물도 끌어오지 못했다. 이 씨는 “올해 1만 평(약 3만3000㎡) 감밭에서 3분의 1은 수확을 못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한 달 새 극한 폭염과 돌발 가뭄, 괴물 폭우 등이 번갈아 닥치면서 농가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극한 기후’에 농가 피해를 보전해 주는 보험금은 연간 1조4000억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로 늘었다.

● 폭염으로 여의도 12배 규모 농작물 피해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신고 면적은 이날 현재까지 3618ha(약 1094만 평)로 집계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넘는 규모다. 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도 지난달 873.6ha에 달한다.

이달 들어서는 거제, 통영을 중심으로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한 수준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남 일대에서만 365ha 규모의 농경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팀에 따르면 2021∼2024년 폭염과 폭우 등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복합 재난’의 강도는 과거 30년에 비해 약 3배로 높아졌다. 상위 1% 수준의 극심한 복합 재난 발생일도 연평균 1.1일에서 5.2일로 늘었다.

복합 재해가 일상화, 대형화하면서 농가 피해를 보전하는 안전망인 ‘농작물재해보험’ 지급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금 지급액은 2016년 1115억 원에서 지난해 1조3932억 원으로 10년 새 12배 넘게 급증했다. 보험금 지급 건수도 같은 기간 14만8306건에서 30만9780건으로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 “생산량-소득 감소 맞춰 농작물보험 손질해야”

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이변이 반복되면서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대응하기 힘든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이 씨의 단감 과수원은 과실이 직접 ‘햇볕 뎀’(일소) 피해를 입은 경우에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감나무 잎이 말라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피해에 대해선 보상을 받기 어렵다.

까다로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 당근 주산지인 제주 제주시 구좌읍에서는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파종 일정이 늦어졌다. 이달 중순 뒤늦게 비 예보에 맞춰 씨를 뿌렸지만, 폭우가 쏟아져 당근은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했다.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밭작물은 발아율이 80% 이상이어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상당수 농가가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창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특임교수는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 기준을 눈에 보이는 피해에서 실제 생산량과 소득 감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상 자료와 생육 데이터 등을 활용해 새로운 기후 피해를 인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는 극한기후는 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현장 눈높이에 맞는 실효성 있는 농가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창원=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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