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배탈난다"…벤처투자 역대 최대라는데 더 어려워진 '엑시트'

김진현 기자 2026. 8. 2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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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의 주요 회수 수단인 IPO가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났다. 회수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단하고 벤처투자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수단들을 짚어본다.

어렵게 상장 문턱을 넘어도 제때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한 VC 심사역은 "이미 회수 요구 조건을 갖췄는데도 거래소 눈치를 보느라 보호예수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투자자는 상장 직후 매도하는데 VC는 자발적 보호예수 때문에 주가가 급락해도 손 놓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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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벤처투자 소화불량] ②"최근 1년 코스닥 신규상장사 74% 주가 공모가 밑"
[편집자주] 벤처투자의 주요 회수 수단인 IPO가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났다.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고꾸라지며 수익이 극히 적어지거나 오히려 손실을 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초기 투자를 통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벤처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고수익을 얻겠다던 벤처투자의 근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회수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단하고 벤처투자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수단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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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개설 30주년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가 9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벤처캐피탈(VC) 업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투자금을 현금화하는 회수시장의 핵심 통로인 코스닥 IPO(기업공개)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다. 투자 확대가 제때 회수로 이어지지 않으면 최근 투자 열기가 자칫 시장 전체를 흔드는 '버블'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벤처투자 및 벤처펀드 결성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는 8조86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3% 늘었다. 이는 벤처 호황기였던 2022년 상반기(7조6442억원)를 뛰어넘은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 펀드 결성액 역시 33% 증가한 8조4366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회수시장은 침체의 골이 더 깊어졌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1~7월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은 총 20곳으로 전년 동기 41곳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투자가 쏟아지는데 출구는 막힌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VC 대표는 "소화장애가 심한 상태에서 음식만 계속 받아먹으면 결국 탈이 날 수밖에 없다"며 "부실기업 퇴출을 위한 '다사(多死)' 기준은 강해진 반면, 우량기업을 배출할 '다산(多産)' 길목은 좁아졌다"고 말했다.

투자 업계는 증시 자금이 코스피 대형주로 쏠린 탓도 있지만, 높은 상장 문턱과 심사 지연이 더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흥국증권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상장 예비심사 승인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5일로, 예년 평균(97일)보다 20일 가량 늘었다.

연도별 공모금액 규모(스팩, 리츠 제외)/그래픽=최헌정


어렵게 상장 문턱을 넘어도 제때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원칙적으로 예비심사 신청일 기준 2년을 초과 보유한 VC 지분은 의무보유(보호예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 1개월부터 최대 2년까지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의무보유 대상이 아닌 VC 지분에 대해서도 거래소와 발행사의 요구 등을 반영해 1~3개월가량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설정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한 VC 심사역은 "이미 회수 요구 조건을 갖췄는데도 거래소 눈치를 보느라 보호예수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투자자는 상장 직후 매도하는데 VC는 자발적 보호예수 때문에 주가가 급락해도 손 놓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와 회수의 비대칭성에 대한 우려는 지난 19일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및 벤처펀드 결성 동향' 브리핑에서도 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1년간 코스닥 신규 상장사 중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2곳뿐이고, 74%는 공모가를 밑돈다"며 "회수 물꼬를 터주지 않으면 투자 확대는 거품을 부풀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인공지능) 등 딥테크 분야 투자 쏠림이 몰고 올 부작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딥테크 영역은 아직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가 없어 쏠림 현상에 따른 밸류에이션 우려가 크다"며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해 IPO 등 회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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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기자 j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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