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기판도 품귀… 삼성·LG 생산 ‘풀가동’

글로벌 빅테크들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산업의 숨은 승자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떠오르고 있다. AI 연산을 책임지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자랑해도, 이를 시스템 전체와 연결하는 기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생각하고 연산하는 ‘뇌’에 비유한다면, 패키지 기판은 뇌에서 나온 신호를 몸통(메인보드)으로 원활하게 전달하는 ‘뼈’이자 ‘신경망’이다.
최근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B200’처럼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하나의 판 위에 촘촘히 얹는 복합 패키징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따라 거대한 칩셋을 안정적으로 떠받칠 고성능 기판 공급 부족이 극심해졌고, 판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모바일 부품에 집중하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부품사들은 서버·AI용 기판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공장 가동률 90% 상회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패키지 기판 사업은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49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같은 기간 237% 급증했다. LG이노텍의 패키지 사업도 올 상반기 매출 9356억원, 영업이익 9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8%, 94% 증가했다. 양사 공장은 이미 비상 체제다. 삼성전기의 상반기 기판 라인 가동률은 89%, LG이노텍은 94%에 달한다. 넘치는 수요에 삼성전기의 올 상반기 기판 평균 판매 가격은 1년 전보다 18.7%나 올랐다.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무기는 최고급 기판으로 불리는 ‘FC-BGA(플립 칩 볼그리드 어레이)’다. 반도체 칩을 뒤집어(Flip) 미세한 구슬 형태의 돌기(BGA)로 기판에 직접 붙이는 기술이다. 와이어로 연결하던 기존 방식보다 신호 이동 거리가 줄어들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열 배출과 전력 효율도 탁월하다. 대신 생산 기술 난도가 높고 가격도 비싸다. 한 치의 병목 현상도 허용하지 않는 AI 서버의 필수 부품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현재 생산 능력보다 50% 이상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빅테크 러브콜에 ‘조 단위’ 증설
현재 고성능 FC-BGA 시장은 일본 이비덴·신코전기와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전통 강호들이 점유율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뛰어난 수율과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를 무기로 선두권을 매섭게 추격 중이다.
삼성전기는 엔비디아·구글·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에 FC-BGA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에서 공급 참여 요청을 받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관련 대부분의 최상위 반도체 고객사와 장기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 역시 통신·모바일용 기판에서 쌓은 미세 회로 기술력을 발판 삼아 인텔, 브로드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AI용 FC-BGA 공급을 다각도로 협의 중이다.
글로벌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설비 투자전도 격화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40년까지 25조원을 들여 국내외 FC-BGA 생산량을 끌어올린다. 세종 사업장에 8조원, 부산 사업장에 15조원을 투자하고 베트남 생산 법인에도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 LG이노텍은 구미 사업장에 6000억원을 투자하고, 베트남 반도체 기판 증설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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