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창동 감독 신작,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전지현 기자 2026. 8. 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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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소멸 시대, 필연성 강해져”
배우 조인성,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왼쪽부터)가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동 감독의 8년 만 신작 <가능한 사랑>이 넷플릭스에서 오는 11월 공개된다.

이 감독의 영화에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사회적 비극에 휘말려 죄책감과 괴로움을 안고 사는 개인이 등장하곤 했다. <박하사탕>(2000)의 영호(설경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투입된 군인이었고, <밀양>(2007)의 신애(전도연)는 아이가 유괴·살해된 뒤 남겨진 엄마였다.

이 감독이 <버닝>(2018)의 차기작으로 선보이는 <가능한 사랑>은 총파업과 강제 진압 현장에서 겪었던 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해고노동자와 그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다. 이 감독과 <박하사탕> <오아시스>(2002)를 함께한 배우 설경구가 해고노동자 호석을, <밀양>을 함께한 배우 전도연이 그의 아내 미옥을 연기한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벌어진 집단해고 사태 당시 저는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가 바뀔 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동자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을 앞으로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우리는 모두 노동자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감독이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가능한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다.

<가능한 사랑>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해고노동자를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자 남편 상우(조인성)다. 영화는 제삼자의 입장에 있는 이들이 미옥·호석 부부에게 다가가면서 생기는 일을 담는다.

이 감독은 10여년 전에도 전도연과 설경구를 주인공으로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를 준비했다. 하지만 “해고노동자들의 삶을 정직하게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이것을 극영화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해” 영화화를 접었다.

언젠가는 돌아오고 싶던 이야기였다. 2022년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는 아버지(설경구)와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전도연)를 둔 아이의 이야기인 단편 <심장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공동 각본가인 오정미 작가가 “한 부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부부의 이야기와 겹쳐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기술 발전과 함께 노동 자체가 소멸하는 시대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10여년 전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 집단해고 및 폭력 진압 사태가 바로 연상되지만, 이 감독은 “(영화 속 이야기를) 어떤 특정 기업의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이 넷플릭스와 함께한 첫 영화다. 애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 영화계 불황으로 투자배급사를 찾기 어려워지며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함께하고 싶다며 작품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며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어떤 간섭이나 요구사항도 없이 절대적으로 독립성을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이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했다.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괄호 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쉽게 이뤄지는 사랑 이야기는 굳이 서사로 만들어질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가능한’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이날 <가능한 사랑>은 내년 3월 열리는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의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출품 국가에서 최초 개봉해야 하고 상업 극장에서 최소 7일 연속 상영해야 하는 아카데미상 요건에 맞추기 위해 넷플릭스 한국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다음달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는 다음달 2일 개막하는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오스카 레이스’(아카데미상 수상 경쟁)에 진입한다. 넷플릭스 공개일은 11월6일이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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