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솔리다임’ 상장 추진 논란…소액주주 이해관계도 고려해야[이상헌의 밸류체인지]
최근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의 자금조달 방법 및 이에 따른 상장 가능성 등이 연일 보도됐다. SK하이닉스는 공시를 통하여 해외 종속회사 솔리다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힘에 따라 검토 중에 있음을 인정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상장기업 주식의 가치평가 수준이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 문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는 선진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를 들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 즉 경영 의사결정을 규율하는 메커니즘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이해상충 해소에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최적의 기업 자원 활용과 경영 성과의 배분을 방해하는 대리인 비용의 발생 원인으로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 등을 들 수 있다. 즉,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상충이 국내 기업지배구조 논의에서도 핵심 이슈다.
한국에선 IMF 외환위기 이후 재벌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지주사-자회사-손자회사로 단순화시켜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됐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하여 지배주주의 경우 기존보다 지분율이 높아져서 지배력이 보다 더 견고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복상장을 양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같이 지주회사와 자회사 중복상장으로 말미암아 유동성 할인이 불가피한 상황하에서 태생적으로 지주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중복상장 규제 도입으로 기존에 자유로웠던 상장기업의 자회사 상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자회사의 영업 및 경영의 독립성이 인정되는 등 특례심사 기준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다른 한편으로 주식회사는 이사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의 주체인데도 불구하고 재벌그룹 상장회사들의 경우 경영의 독립성 부족 등으로 소액주주보다는 지배주주 및 전체 그룹을 위한 결정 등이 다반사로 이뤄진다. 이에 상법 개정 등을 통하여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했다. 이는 이사가 회사 업무를 집행할 때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고,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이다.
한편, SK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SK에서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를 거쳐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3단 중복상장 상태이다. 중복상장의 단계가 거듭될수록 지배주주의 권리가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상충으로 말미암아 지배구조가 낙후될 수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AI컴퍼니 아래 솔리다임이 상장된다면 글로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4단 중복상장이 된다. 이는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SSD 사업부를 88억달러에 인수하며 세운 미국 법인이다. SK하이닉스 자회사인 AI컴퍼니는 솔리다임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AI컴퍼니에 지주사인 SK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도 출자를 준비 중에 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AI가 반도체뿐만 아니라 에너지·통신 등의 인프라와 관련 밸류체인 투자를 아우르는 사업인 만큼 계열사 공동 출자가 합리적인 사업적 선택지일 수 있으나, SK하이닉스 소액주주에게는 AI컴퍼니 주주와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SK하이닉스가 막대한 자본과 경영 부담을 감수해 확보한 성장 옵션에 대해 그룹 계열사가 뒤늦게 올라타면서 이익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등장한 SK그룹 파이낸셜 스토리는 SK를 중심으로 계열 성장사업을 키우고 외부 자본을 유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회수·재투자를 반복하는 구조를 지향했는데 결국에는 외부 자본의 유치가 고금리 부채 성격으로 인하여 재무적 리스크로 작용했다. 자산 리밸런싱 미명하에 올해까지도 수습이 진행됐다. 이 연장선상에서 살펴보면 AI컴퍼니는 미국에 세운 투자전문 중간지주사로서 솔리다임은 그 아래에서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하여 향후 IPO까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몇 단계의 소유구조로 복잡하게 설계하는 이유는 지배주주와 그룹 전체를 위한 것일 뿐이다. SK하이닉스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각각 상장 계열사의 소액주주에게는 성공의 결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지배구조의 악화가 심화될 뿐이다.
시대는 변해가는데 소액주주에 대한 생각과 답습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코리안 디스카운트는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이상헌 iM증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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