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자회사 SKIET 흡수합병…분사 7년 만에 다시 품는다

박미라 기자 2026. 8. 2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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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中 저가공세에 SKIET 실적 악화
내년 1월 합병…재무 부담 완화 기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전경. /제공=SK그룹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흡수합병한다. 전기차 시장 둔화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SKIET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별도 상장사로 운영해 온 분리막 사업을 다시 모회사로 편입해 재무 부담을 낮추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SK이노베이션과 SKIET는 2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합병계약은 오는 26일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은 SK이노베이션이 존속하고 SKIET가 소멸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소규모합병 절차를 밟고, SKIET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는 일반 합병 절차로 진행한다.

합병비율은 SK이노베이션과 SKIET가 1대 0.1174540으로 정해졌다. 단 신주는 SKIET 소수주주에게만 배정된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이미 보유한 SKIET 지분(보통주 기준 53.35%)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SKIET가 취득하게 될 자기주식에는 신주가 배정되지 않는다.

합병가액은 이사회 결의일 전날인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과 1주일 거래량 가중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당 12만5862원, SKIET는 1만4783원이다. 별도의 할증이나 할인은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보통주 448만1300주를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현재 발행주식총수의 약 2.6% 규모로, 발행 물량은 SKIET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결과와 단주 처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합병 후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52.09%에서 50.74%로 낮아지지만 최대주주 변경은 없다. 합병기일은 2027년 1월 1일이며 합병신주는 같은 달 18일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의 배경에는 SKIET의 실적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SKIET는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물적분할로 출범한 뒤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을 주력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북미 수요 회복 지연,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SKIET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618억원에 그쳤고 21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자산은 4조3919억원, 부채는 1조7904억원이다. 회사는 단기간에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개선하기 어렵고 자체 자금조달 여력도 제한적인 만큼, SKIET를 독립법인으로 유지하기보다 모회사와 합치는 것이 사업·재무 리스크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SKIET의 재무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분리막 공급 차질로 이어져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합병 이후에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기반과 신용도를 활용해 분리막 생산·공급 체계를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별도 상장사 운영에 따라 중복됐던 관리 기능을 합치면서 비용을 줄이고,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를 활용해 이자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 역량과 SKIET의 제품 개발 역량을 결합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분리막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합병이 당장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의 비지배지분이 합병 후 존속법인에 귀속되면서 단기적으로 SKIET의 당기순손실이 지배주주순이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SKIET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현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합병 절차에도 변수가 남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소규모합병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 오는 11월 24일 이사회 결의로 합병 승인을 대신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SK이노베이션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합병 공고일로부터 2주 안에 서면으로 반대하면 소규모합병 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다. 이 경우 정식 합병 절차로 전환할 수 있다.

SKIET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면서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SKIET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도 변수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3500억원을 넘으면 양사는 합의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과정의 공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독립이사 6명으로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특위는 지난 5월 27일부터 이날까지 6차례 회의를 열어 합병 필요성과 거래조건, 절차의 적절성 등을 검토했다. 법률자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재무자문은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재무안정성 강화 및 사업구조 효율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분리막 사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번 합병이 사업 경쟁력 회복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미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