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기댄 내년 슈퍼예산… 리스크 큰 만큼 대비책도 있어야

2026. 8. 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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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도 '슈퍼예산'의 밑그림을 논의했다. 이날 당정은 저성장 탈피를 위해 반도체·AI 등 전략산업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고, 청년 지원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슈퍼예산'의 배경에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법인세 증가, 증시 호조에 따른 증권거래세 확대 등 세수 여건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 호황이 꺾인 뒤까지 내다보는 촘촘한 리스크 관리와 재정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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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예산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도 ‘슈퍼예산’의 밑그림을 논의했다. 이날 당정은 저성장 탈피를 위해 반도체·AI 등 전략산업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고, 청년 지원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도 주요 과제로 삼았다. 현재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본예산 729조9000억원 대비 ‘10% 이상’으로 잡고 예산안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런 방향대로라면 내년도 예산은 800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슈퍼예산’의 배경에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법인세 증가, 증시 호조에 따른 증권거래세 확대 등 세수 여건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지금의 풍족한 세수 여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세수 증가를 떠받치는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글로벌 AI 투자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가격이 꺾이면 순식간에 기업 실적은 악화되고 법인세 수입은 줄어든다. 반도체 불황으로 대규모 세수 결손에 시달린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이렇게 세수는 경기에 따라 출렁이지만 한번 늘린 복지와 지원 사업은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 일시적 세수 증가를 믿고 고정 지출을 늘리는 데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급격한 재정 팽창이 물가와 금리를 자극할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돈이 대거 풀리면 물가는 올라가고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워 재정 투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800조+α’ 슈퍼예산은 규모가 큰 만큼 위험도 크다. 그만큼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다.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분야에는 과감히 투자하되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과 선심성 지원에는 가차 없이 칼을 대야 한다. 무엇보다 반도체 호황이 꺾인 뒤까지 내다보는 촘촘한 리스크 관리와 재정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일시적 세수 호황을 믿고 항구적 지출을 늘리는 순간 ‘적극 재정’은 ‘재정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수 있다. 호황기에 곳간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불황이 닥쳤을 때 꺼내 쓸 여력을 남겨두는 것, 그것이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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