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m 高地서 숨막힌 8년… 하얀 석유 리튬, 자립 길 뚫다

살타(아르헨티나)/한예나 기자 2026. 8. 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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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아르헨티나 생산 기지 가보니
아르헨티나 북서부 살타주 해발 4000m 고지대에 들어선 포스코그룹의 옴브레 무에르토 염수리튬 2공장. 올해 4분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연간 리튬 생산능력은 약 2만5000t(톤) 규모다. /포스코그룹

지난 19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북서부 살타주의 한 비행장에서 16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약 40분을 비행하자 창밖으로 광활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鹽湖)가 눈에 들어왔다. 이 염호는 이름만 ‘소금 호수’일 뿐, 가까이에서 보면 메마른 땅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곳의 가치는 지하에 있었다. 리튬이 포함된 고농도 염수가 대량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2억8000만달러(당시 약 3100억원), 올해 6500만달러(약 950억원)를 각각 들여 이 염호 가운데 287㎢(8681만평)에 달하는 지역의 약 300만t 규모(추정치) 리튬 채굴권을 사들였다. 전기차 약 700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리튬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로, ‘백색 황금’이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전기차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용 ESS까지 수요처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정제 리튬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과의 미래 첨단 산업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중국이 리튬 공급망을 무기화할 우려가 상존한다. 포스코그룹이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와 10년 가까이 이 일대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다.

◇지구 반대편에 세운 리튬 공장 가보니

포스코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의 ‘폰드(pond·인공 연못)’. 지하 염수를 이곳에서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인다. /한예나 기자

2024년 가동을 시작한 포스코그룹의 리튬 공장 부근에는 청록빛으로 반짝이는 인공 연못(폰드)가 있다. 이 연못은 지하 최대 700m 아래에서 퍼 올린 염수를 모아두는 곳이다. 4개월간 햇빛과 바람으로 수분 대부분을 증발시킨 다음, 인산 화합물을 투입해 물에 녹아 있던 리튬을 고체 형태의 인산리튬으로 만들어 건져 올린다. 그리고 이를 저지대의 정제 공장으로 보내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수산화리튬으로 만든다. 염수 100L당 약 92g의 리튬이 녹아 있는데, 세계 주요 염호 가운데 가장 농축이 잘돼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처음 투자를 할 때만 해도 “무모한 도전”이란 비판도 많았다. 리튬 가격 변동성이 커서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렵고 투자금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잇따랐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여파로 리튬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적자가 쌓이는 일도 잇따랐다.

서석종 건설인프라실장이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예나 기자

개발 낙후지역이라 인프라 대부분을 포스코그룹이 직접 갖춰야 한다는 것도 난관이었다. 서석종 건설인프라실장(58)은 “해발 4000m 지역이라 이 나라 전력망이 없어 LNG 발전소를 세웠고, 연료는 칠레에서 육로로 약 4일간 실어온다”며 “공장에 필요한 담수는 눈 덮인 산 너머 약 18㎞ 떨어진 곳에서 끌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中이 쥔 리튬 공급망, 광물 확보전

포스코그룹은 지난 2분기(4~6월)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에서 처음으로 영업이익 110억원의 분기 흑자를 내며 전환점을 맞았다. 올 들어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는 데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ESS 수요가 늘면서 리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효과를 봤다. 박현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59)은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올 4분기 2공장을 시작으로 2033년까지 공장 3개를 더 추가 가동할 계획이다. AI를 포함해 조선·방산 등 각종 산업에서 전기가 차세대 동력원으로 부상하면서 배터리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핵심 광물 확보전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며 “이제 첨단 산업에선 리튬 같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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