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한옥 성당’ 남양주 마재성지… “한국 천주교 뿌리”

이종우 2026. 8. 25. 17:3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정태 주임신부 “자발적 신앙 꽃피워”
정약종·정약전 형제 등 삶 터전 삼아
한 가정 성인 3명·복자 2명 ‘성가정 성지’

남양주 조안면 ‘마재성지’에서 만난 지정태 신부는 이곳이 한국 천주교의 뿌리이자 요람이라고 말했다. 2026.8.25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선교사 없이 스스로 신앙을 발생시킨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모두 선교사가 들어와 신앙을 전해주었지만,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꽃피운 곳이 바로 여기 ‘마재성지’입니다.”

25일 남양주 조안면에 위치한 마재성지(공식명칭 ‘거룩한 부르심의 땅 성가정 마재성지 성당’)에서 만난 지정태(요한보스코) 신부의 목소리에는 깊은 자부심이 묻어났다.

현재 남양주시는 내년 8월 가톨릭의 세계 최대 규모 청년 행사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레오 14세 교황의 방한에 맞춰 마재성지 방문을 요청한 상태다. 시는 마재성지의 역사·종교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인 순례지로서의 위상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마재성지 성당의 주임신부인 지 신부는 “한국 천주교의 뿌리이자 요람으로 꼽히는 마재성지는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학문 탐구를 통해 신앙을 받아들인 역사를 간직한 거룩한 땅”이라며 마재성지가 가진 두 가지 핵심적인 가치를 소개했다.

첫번째 가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가정(聖家庭) 성지’라는 점이다. 한 가족 안에서 유선임 체칠리아, 정하상 바오로, 정정혜 엘리사벳 등 3명의 성인과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정철상 가롤로 등 2명의 복자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 조정의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목숨을 바친 순교자 가문의 눈물과 영성이 이곳에 서려 있다.

두번째 가치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이자 못자리라는 점이다. 한국 가톨릭 초기 사상가인 정약종·정약전 형제는 이곳 마재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으며, 천진암 강학회에 참석해 참 신앙인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좁은 성당·주차장 등 인프라 부족 순례객 불편
레오 14세 교황 방문 요청 순례공간 확충 과제

고즈넉한 한옥 형태로 지어진 남양주 조안면의 ‘마재성지 성당’. 2026.8.25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마재성지 성당은 일반적인 성당과는 좀 다르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순례자들은 이곳의 독특한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성당은 고즈넉한 한옥 형태로 지어졌고 마당에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동상은 한국의 전통 한복을 입고 있다.

이에 대해 지 신부는 “우리나라는 처음에 선교사 없이 책(서학)을 통해 백성을 위한 실용적·신학적 접근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였다”며 “이 과정에서 건축, 의복, 기도 등 가톨릭 신앙 전반에 한국적인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리카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흑인으로 묘사하듯 마재성당의 한복 입은 성상 역시 전 세계적인 전통적 토착화의 훌륭한 예시”라고 덧붙였다.

역사적·종교적 가치는 드높지만, 마재성지가 당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적지 않다.

성당이 위치한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다보니 건축물의 신축이나 증축이 전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당의 규모는 91㎡가량에 불과하다. 주일 오전 9시에는 인근 주민 70여 명이 참여하는 본당 미사가 열리며, 주일 오전 11시와 화~토요일 평일 오전 11시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순례자 미사가 열린다. 지 신부는 “서울, 의정부, 하남, 성남, 양평 등 전국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몰려올 때면 미사 공간이 너무 좁아 발 디딜 틈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교통 접근성도 문제다. 진입로가 좁은 주택가 골목이라 성당 주차장에는 승용차 20여 대만 주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 버스를 타고 온 단체 순례객들은 마을 입구에서 내려 150m가량을 걸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었다.

지 신부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내비쳤다. 그는 “내년에 교황님이 이곳을 방문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지요”라면서도 “하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수많은 인파가 찾아올 텐데 주차장부터 시작해 이 좁은 공간으로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전향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마재성지 인근에는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이 인접해 있다”라면서 “이들을 묶어 ‘실학특구’로 지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하고, 순례객과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부족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주/이종우 기자 ljw@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