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세부담 정상화’ 외쳤는데 비거주 공제도 1주택만큼?…정부 세제 원칙 시험대[뉴스분석]

김경민·박상영 기자 2026. 8. 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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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김정근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에 1주택자에게 거주 여부에 따른 세제상 차등을 두지 말자고 요구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액을 정부안인 9억원에서 현행인 12억원이나 거주자와 동일한 14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임대차 시장 불안과 비거주자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지만, 이재명 정부가 세제 개편의 핵심으로 내건 ‘실거주 중심으로 과세 정상화’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여당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불이익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여당은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정부안의 9억원에서 현행 12억원으로 되돌리거나 실거주자와 같은 14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제처 심사 등 촉박한 일정을 고려하면 정부안을 당장 고치기보다 일단 현 정부안대로 국회에 제출한 후 내달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책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경된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으면 좋겠다”며 그런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여당의 뜻대로 바뀔 경우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자문으로 서울 한강벨트에 많은 공시가 15억원(시가 약 21억7400만원) 아파트에 이번 세제개편안을 적용한 결과,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올해 58만원에서 내년 158만원으로 부담이 3배 늘어난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는 58만원에서 22만원으로 세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거주 여부에 따른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비거주자의 기본공제액이 12억원으로 높아지면 내년 종부세가 67만원으로 정부안보다 91만원(58%) 줄어든다. 종부세는 올해에 비해 단 9만원 늘어나는데 그친다. 과세표준이 반토막나면서 최저세율(0.5%)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공시가 20억원 기준(시가 약 29억원) 비거주자의 종부세도 현재 개편안(442만원)보다 211만원 낮아져 231만원까지 떨어진다. 올해 종부세(190만원)와 41만원 차이다.

만약 거주자와 똑같이 14억원을 기본공제하면 종부세가 158만원으로 오히려 올해보다 32만원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을 ‘투기’가 아닌 ‘주거’의 대상으로 보고 실거주 주택과 투자 목적 주택을 세제상 구분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세제원칙이 형해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엑스에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주거용 아닌 투자 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적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것도 ‘비거주에 대한 세부담 정상화’였다.

비거주자에 대한 차등 완화가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기고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이란 견해도 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 교수는 “공장을 운영해 돈을 벌면 종합소득과세지만, 비거주1주택자가 월세를 주면 분리과세에 세율도 낮다”며 “이미 비거주1주택에 대해 상당한 혜택을 주는 상황에서 이들의 세부담을 부당하다며 세금을 깎아준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등 완화의 명분인 전월세시장 불안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제 전문가는 “1세대1주택자 중 비거주 비율이 어느정도이고 임대차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정부도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몇 가지 사례로 전체 임대차시장이 흔들린다고 말한다”면서 “종부세 내는 집은 전세금이 10억원쯤 될텐데, 그런 가구의 불이익을 과도하게 의식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당의 주장이 반영되면 결과적으로 고가 주택에 대한 ‘감세’가 되는데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에서 “종부세는 자산을 보유했다면 그 가치와 담세력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보유세여야 한다”며 “거주·비거주를 둘러싼 논쟁을 키울 것이 아니라 고가주택에 대한 보편 과세와 보유세 정상화라는 원칙부터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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