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무주택자 외면한 민주당의 ‘부동산 세제 후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속도 조절과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줄이고 세 부담 상한을 높이는 방안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금 누구의 부담을 걱정하고 있으며, 누구를 위한 부동산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세제 개편안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1주택이면 무조건 보호한다'는 오랜 공식에서 벗어나 실제 거주 여부와 자산 규모를 세제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되,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고가 주택을 보유해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누리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우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개편안이 발표되자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 완화 문제를 꺼내 들었다. 김 대표가 언급한 '다양하고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는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직장 이전과 장기 치료, 가족 돌봄 등 실제 생활 여건 때문에 주소지에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투기성 보유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예외를 구제하는 것과 정책의 원칙 자체를 흔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안은 모든 비거주 1주택자를 다주택자처럼 취급하자는 것이 아니다. 실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해 부동산 세제의 기준을 '보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할 일은 부득이한 비거주 사례를 정교하게 가려내는 것이지, 이를 이유로 비거주 1주택자 전반의 세 부담 완화로 논의를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한국 사회의 부동산 현실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이번 태도는 아쉽다. 집값 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미 주택을 보유한 고가 자산가가 아니라 집을 사지 못한 무주택자와 높은 전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서민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우선 살펴야 할 것은 비거주 고가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아니라 주택을 갖지 못한 국민의 주거 불안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서민과 중산층,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세 부담 강화 논의가 시작되면 곧바로 '숙의'와 '완화'가 등장한다. 선거 때마다 집값 안정과 투기 근절을 외치면서도 자산 보유층의 이해관계와 맞닥뜨리면 정책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반복적으로 신뢰를 잃은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일관성 부족에 있다.
지금 민주당이 할 일은 분명하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비거주 상태에 놓인 국민의 세제상 사각지대는 세심하게 보완하되, 실거주 보호와 투기적 보유 억제라는 개편의 큰 원칙은 지켜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부동산 세제 논쟁을 통해 과연 누구의 주거 안정을 우선하는 정당인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