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 달에 1억, 하는 만큼 법니다”…엑셀방송은 이렇게 사람을 모았다

이태준 기자 2026. 8. 25. 16:3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많이 받는 사람 기준으로 한 달에 1~2억이요."

지난 21일 저녁, 서울 시내의 한 엑셀방송 레이블 사무실.

"하는 만큼 벌어갑니다. 방송하는 시간이 길수록, 시청자와 소통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을 벌어 갈 수 있어요. 저희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겁니다. 한 달에 1억 벌 수도 있어요." 목소리에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

"지금은 여기가 돈이 됩니다. 저기 TV 나오는 유명한 연예인들도 엑셀방송 많이 하잖아요." A씨와 B씨의 연이은 설득은, 당장 돈이 궁한 사회초년생이라면 흔들릴 만한 말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큰손 공략하면 큰돈 벌 수 있다” “지금은 여기가 돈이 된다”
“춤도 가르쳐드려요”…계약하면 주 3회, 한 회당 12시간 방송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지난 21일 저녁, 서울 시내의 한 엑셀방송 레이블 사무실. 사무실 한편에서는 엑셀방송이 진행 중이었다. ⓒ시사저널 이태준

"많이 받는 사람 기준으로 한 달에 1~2억이요."

면접이 시작되고 3분쯤 지났을까. 취재진이 돈 얘기를 꺼내자, 엑셀방송 기획사(레이블) 관계자 A씨는 망설임 없이 금액부터 밝혔다.

지난 21일 저녁, 서울 시내의 한 엑셀방송 레이블 사무실. 남성 방송인 지원자 신분으로 자리에 앉은 기자 맞은편에서, A씨는 처음부터 거리낌이 없었다.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보셔도 돼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A씨는 최근 몇 년 새 남성 방송인 수요가 늘어난 배경부터 풀어놓기 시작했다. "원래 남자는 안 뽑았어요." 그런데 유흥업계 출신 남성들이 엑셀방송으로 대거 옮겨오면서 판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이들 사이에서 퍼졌다는 것이다.

"하는 만큼 벌어갑니다. 방송하는 시간이 길수록, 시청자와 소통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을 벌어 갈 수 있어요. 저희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겁니다. 한 달에 1억 벌 수도 있어요." 목소리에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

기자가 반신반의한 표정을 짓자, A씨는 곧바로 후원 구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통상 유흥업소 종사자 여성들이 엑셀방송 출연자 중 매력적이라고 판단되는 남성에게 '투자'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란 곧 후원이다. 1만~10만원대 소액 후원자가 있는가 하면, 100만~1000만원대 고액 후원자도 있다고 했다. 일단 데뷔부터 하고 이런 '큰손'들을 공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게 A씨가 귀띔한 일종의 영업 비밀이었다.

"아, 그렇군요."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대화는 자연스레 신체 조건 쪽으로 옮겨갔다. 기자가 치아 교정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A씨의 표정에 잠깐 우려가 스쳤다. 하지만 이내 방송 전날 병원에 가서 잠깐 뺐다가 다시 끼자는 절충안이 나왔다. 말주변이 좋지 않다는 걱정에도 A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일단은 뭐, 해보는 거죠."

그때 옆에서 듣고만 있던 다른 관계자 B씨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은 여기가 돈이 됩니다. 저기 TV 나오는 유명한 연예인들도 엑셀방송 많이 하잖아요." A씨와 B씨의 연이은 설득은, 당장 돈이 궁한 사회초년생이라면 흔들릴 만한 말이었다.

계약서 살펴볼 시간은 5분

대화는 곧 춤으로 넘어갔다. 여기서부터 A씨의 말은 한층 빨라지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레이블마다 전담 댄스 트레이너가 있고, 남자 신입은 보통 2주 정도 배운다고 했다. 재능이 없어도 레이블에서 키워줄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

이어 화제는 방송 스케줄로 넘어갔다. 고정 방송은 주 3회, 한 회당 12시간이고 나머지는 개인 방송이라는 설명이었다. 계약상 의무는 아니라던 개인 방송에도 단서는 있었다. "다음 날 방송해야 하는데 개인 방송을 켜서 팬을 모아놓지 않으면 손해"라는 것이다. 미리 후원자를 모아두는 이 작업을 업계에서는 '풀판'이라 부른다고 A씨는 설명했다.

신입 방송인이 초반의 저조한 실적을 어떻게 버텨내는지 묻자, A씨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처음엔 후원이 거의 안 들어온다"면서도 "엔터 쪽 사람들이 일부러 들어와서 후원해 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신입의 초기 이탈을 막기 위한 일종의 업계 관행이라는 설명이었다. "처음 200만원만 터져도 감사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면접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문이 열리고 '실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C씨가 들어왔다. 짧은 인사가 끝나자 곧바로 신체 조건 확인 절차가 시작됐다. 키, 몸무게,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 취미까지 차례로 물었다. 전속 계약을 맺고 관리해주겠다는 설명도 이때 나왔다.

계약서를 살펴볼 시간이라며 5분이 주어졌다. 고민해보겠다는 말에 돌아온 건 "기다리겠다"는 답이었다. 30분 남짓 이어진 면접은 그렇게 끝났다.

사무실을 나서며 머릿속에 남은 건 결국 "한 달에 1억"이라는 한마디였다. 당장 벌이가 급한 사회초년생이라면,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으로 다가올 법한 말이었다.

☞ 연관기사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간다" 엑셀방송 뛰어든 청년들, 위약금 늪에 빠졌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