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떠받치는 기판도 품귀…삼성전기·LG이노텍 생산 능력 확대해 추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란 미세한 회로가 깔린 플라스틱 판 위에 반도체를 올린 형태로, 반도체를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부품이다. 반도체를 ‘뇌’로 비유한다면, 기판은 전기 신호가 잘 흐를 수 있게 해주는 ‘뼈이자 신경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AI 반도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하나로 패키징하는데, 이 패키지를 떠받치는 바닥판인 패키지 기판이 공급 부족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런 수요를 바탕으로 국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모바일 중심이던 기판 사업을 AI 가속기와 서버용으로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고 있다.
◇반도체 기판 생산 풀가동
최근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패키지 기판 사업은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49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같은 기간 237% 급증했다. LG이노텍의 패키지 사업도 올 상반기 매출 9356억원, 영업이익 996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각각 18%, 94% 증가했다. 글로벌 고객사 대상 제품 공급이 늘어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양사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생산 라인을 사실상 풀가동 중이다. 삼성전기의 상반기 반도체 패키지 기판 라인 가동률은 89%,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 라인 가동률은 94%에 달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가격은 수직 상승 중이다.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평균 판매 가격이 1년 전보다 18.7% 상승했다고 밝혔다.
양사가 힘을 싣는 제품은 패키지 기판 중 부가가치가 큰 ‘FC-BGA(플립 칩 볼그리드 어레이)’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뒤집어 수많은 미세 돌기로 기판에 직접 붙이는 방식이다. 이 기판은 칩에서 나온 신호가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전력 공급과 열 배출에도 유리해 연산량이 많은 AI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 기판은 생산 기술 난도가 높고, 가격도 일반 기판보다 비싸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는 지난 3월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생산 능력보다 50% 이상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인텔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59억5000만달러(약 8조2000억원) 수준인 글로벌 FC-BGA 시장은 2034년 121억2000만달러 규모로 2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판 증설 전쟁
글로벌 고성능 FC-BGA 시장에서 선두권은 일본 이비덴·신코전기와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추격자다.
국내 AI용 기판 시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기는 엔비디아·구글·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에 FC-BGA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에서 공급 참여 요청을 받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관련 대부분의 최상위 반도체 고객사와 장기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은 통신용·모바일용 기판에서 쌓은 기술을 AI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인텔이나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과 AI용 FC-BGA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생산 능력을 확대해 일본·대만 업체를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2040년까지 총 25조원을 들여 국내외 FC-BGA 생산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세종 사업장에 8조원을 투자해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생산 라인을 새로 구축하고, 부산 사업장에 15조원을 들여 패키지 기판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생산·연구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베트남 생산 법인에도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AI용 FC-BGA 생산 시설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 역시 구미 사업장에 6000억원을 투자하고, 베트남 반도체 기판 증설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기판은 양산 공정이 까다로워 안정적인 공급 능력과 기술력을 갖춘 소수 업체만 대응할 수 있다”며 “AI용 기판의 공급 부족이 심해지는 만큼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업체가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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