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못한다” 쿠팡 거부에 현장조사 나갔다 빈손으로 돌아온 공정위···사상 초유의 철수
쿠팡 “사전 미통지” 법원에 조사 집행 정지 소송도
공정위, 자료 확보 위해 줄곧 통지없이 조사 해와
현장조사 불발은 처음···‘미국 뒷배’ 시각 우세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쿠팡의 거부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조사업체의 반발로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철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이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가격 맞춤형 쿠폰은 쿠팡에서 판매하는 특정 상품이 네이버 등 경쟁 온라인몰보다 비쌀 경우 쿠폰을 자동 발행해 소비자의 실제 구매가격을 최저가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할인 비용을 쿠팡이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부담시켰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쿠팡이 제시한 근거는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경우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 행정조사기본법 조항이다.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위반의 경우 행정조사기본법 적용에서 제외되지만, 대규모유통업법에 대한 조사는 법의 적용을 받게 돼 있다.
쿠팡은 사전 통지 없이 이뤄진 조사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면서 지난 21일 현장조사 결정·처분의 집행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소송도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사전 통지 의무 예외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사전 통지 시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조사 개시와 동시에 현장출입조사서를 제시하거나 조사 목적을 구두로 알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 사실이 미리 알려질 경우 자료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 공정위는 그동안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를 단 한 번도 사전 통지하고 진행한 적이 없다.
양측의 입장이 맞서면서 공정위는 결국 현장에서 철수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의 적법성은 향후 소송에서 다투고, 쿠팡의 조사 거부 행위에 대해 별도의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쿠팡의 이번 조사 거부를 최근 미국의 쿠팡 옹호와 연결짓어 보는 시각이 많다. 쿠팡이 과거에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여러 차례 공정위 조사와 제재를 받았는데 유독 이번에 현장조사를 거부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이렇게 대놓고 거부할 수 있겠나”라며 “우리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 기업인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을 ‘차별적 대우’로 규정하고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백악관도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들을 차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이 미국 정계에 대대적인 로비를 해온 점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쿠팡과 공정위의 기싸움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공정위는 미국 정부의 문제 제기와 사건 처리는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정 기업의 국적이나 외교·통상 현안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도 쿠팡 관련 사안이 한·미의 통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 거부에 대한 후속 대응이 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처리 방향을 좌우할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올해 1월부터 진행된 공정위의 적법한 현장조사 등에 전적으로 협조해왔으며, 법이 요구하는 모든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장조사 7일 전 사전 통지는 조사 대상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절차인 만큼, 공정위가 이를 준수하지 않은 데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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