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 불 질렀다”는 범죄자... 미화 역풍에 멈춘 日법무성 ‘갱생 포스터’

도쿄/김동현 특파원 2026. 8. 25. 15: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법무성이 최근 넷플릭스 연애 예능 '불량연애 시즌2'와 협업해 내놓은 홍보 포스터

일본 법무성이 범죄나 비행 이력이 있는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연애 예능 프로그램 ‘불량연애(ラヴ上等)’와 협업해 전과자들의 갱생(更生)을 독려하는 포스터를 배포했다가, 거센 여론의 질타를 받고 결국 철회했다.

25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법무성 보호국은 지난 4일 공개된 ‘불량연애 시즌2’와 손잡고 전과자의 재활을 독려하는 홍보 캠페인을 기획했다. ‘불량연애’는 전직 야쿠자나 폭주족 등 이른바 ‘양키(불량배)’ 출신 남녀가 합숙 생활을 하며 연애 상대를 찾아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2월 시즌1이 공개돼 한국 넷플릭스 주간 톱10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고 이번 시즌2 역시 공개 직후부터 일본 안팎의 큰 관심을 끌었다.

당초 법무성은 프로그램 내 출연자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재활 홍보 슬로건인 ‘사람은 변할 수 있다, 함께라면’이라는 메시지와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신에 문신을 한 출연자들의 단체 사진과 함께 ‘갱생 상등(更生上等·갱생, 까짓것 해보자)’ ‘다시 일어서는 것이 사랑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 약 2000장을 일본 전역의 보호관찰소 등 관련 기관에 배포했다.

하지만 포스터 공개 이후 출연진의 과거 범죄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 11일 공개된 방송분에서 한 남성 출연자가 “과거 사람에게 불을 지른 적이 있다”고 고백한 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며 파장이 커졌다. 범죄 예방과 재활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범죄자들의 과거를 미화하고, 이를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무성은 결국 지난 21일 공식 발표를 통해 “범죄 피해자들에게 불쾌감이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당초의 협업 의도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사과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