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미친 증시, 공포의 롤러코스터 됐다”…WSJ이 본 한국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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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증시로 떠올랐던 한국 주식시장이 이번에는 극심한 변동성으로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워 가파르게 치솟았던 코스피가 급락한 뒤 다시 반등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증시를 '공포의 롤러코스터'에 빗댔다.
WSJ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하루 거래량의 60~70%를 차지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시장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는 지난 7월 약 67%의 손실을 냈으며 한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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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24일(현지 시간) ‘세계에서 가장 미친 증시가 공포의 놀이기구로 변했다(The World’s Craziest Stock Market Has Turned Into a Fright Ride)’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증시의 급등락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WSJ는 “한국은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AI 붐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식시장이었다. 그러다 폭락했다”고 전했다. 코스피는 지난해부터 세 배 넘게 뛰었지만 지난 6~7월 6주 동안 약 40% 급락했다. 이 기간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2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후 코스피는 저점에서 약 20% 반등했다.
● “도박판이고 카지노”…급락에 흔들린 개인투자자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WSJ에 “변동성이 너무 심하다”며 “건전한 투자가 아니라 도박판이고 카지노”라고 말했다. WSJ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하루 거래량의 60~70%를 차지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시장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WSJ는 주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본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30세 영어강사 윤재이 씨는 주식 투자로 1만9000달러를 잃었다. 이후 택시를 덜 타고 여행을 줄이는 등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 식사를 거르는 것은 다이어트도 된다고 스스로 위안한다고 했다.
44세 음향 엔지니어 윤경민 씨는 직장을 그만둔 뒤 퇴직금의 절반을 반도체주에 투자했다가 일주일 만에 7200달러를 잃었다. 그는 “아내가 알면 정말 큰일 날 것”이라며 아내에게 정확한 손실 규모를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에는 시장이 “영원히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고 경계하다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도 있었다. 서울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30세 제이크 청 씨는 평소 미국 주가지수에 소액을 투자하는 보수적인 투자자였다. 주변 사람들이 한국 주식 상승을 낙관할 때도 언젠가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계속되는 상승세를 지켜보다 SK하이닉스 주식 약 2만1000달러어치를 샀고 3주도 되지 않아 40% 수익을 내고 매도했다. 이후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약 2만9000달러를 투자했다가 급락을 맞았다. 투자금은 약 9000달러로 줄어 손실률이 69%에 달했다. 그는 “내 원칙은 너무 많은 사람이 주식 수익을 자랑하면 고점에 왔다고 보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졌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레버리지까지…변동성 키웠나
한국 증시의 급등을 이끈 것은 AI 반도체였다. 2025년 코스피는 76% 상승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순위도 1년 만에 세계 13위에서 5위로 뛰어 영국과 프랑스를 앞질렀다. 올해 중반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한국 증시 전체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WSJ는 지난 5월 국내에 처음 등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주목했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주가가 하루 5% 오르면 10%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5% 떨어지면 손실도 10%로 커지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출시 당시 단기간에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라고 경고했다.
5월 27일 상품이 출시되자 투자자가 몰려 관련 웹사이트가 며칠간 접속 장애를 겪을 정도였다. 6월 코스피는 9000선을 돌파하며 2025년 수준의 세 배를 넘어섰다. 하지만 AI 수요의 지속 가능성과 중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주 상승세가 꺾였고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도 빠르게 불어났다.
WSJ는 이 과정에서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둘러싼 논란도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이후 자본시장 개혁에 속도를 냈다. 국내에서는 해외 시장과의 규제 차이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관련 제도가 바뀌었고, 5월 27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들이 상장됐다.
증시가 급락하고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이 커지자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WSJ는 일부 투자자들이 국회에 근조화환을 보내 “개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취지로 항의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후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승인을 보류하고 거래에 필요한 현금예탁금을 약 2만1000달러로 세 배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급등락의 여파는 미국 투자자들에게까지 번졌다. WSJ에 따르면 AI 전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는 지난 7월 약 67%의 손실을 냈으며 한국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대출금을 갚기 위해 상장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청산했다.
다만 한국 반도체주에 대한 전망까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조너선 파인스 아시아 대표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주의 높은 이익 수준이 앞으로 2년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이 초기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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