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파업, 미국선 로봇”···현대차 생산지도 달라지나

박성수 기자 2026. 8.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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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10년 만의 전면파업으로 치달았던 노사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올해 반복된 파업은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 경쟁력이라는 과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생산량은 89만7929대로 전체 생산거점 가운데 가장 많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50만대에서 2028년까지 70만~8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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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합의로 노사갈등 급한 불 껐지만···반복 파업에 생산차질 우려 여전
보호무역에 美 현지생산 확대···아틀라스 투입해 생산 효율성 강화
/ 이미지=생성형 ai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10년 만의 전면파업으로 치달았던 노사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조합원 투표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지만 추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는 한층 낮아졌다.

다만 올해 반복된 파업은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 경쟁력이라는 과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공장 간 생산 물량 배분이 이뤄지는 만큼 안정적인 생산능력이 신규 차종과 물량 확보를 좌우하는 주요 경쟁력으로 꼽힌다.

국내 공장에서 노사 갈등에 따른 생산 중단이 반복될수록 장기적으로 신규 물량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동시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등 해외 공장의 생산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장 미국 생산 확대를 국내 노조 파업과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국내에서는 노사 갈등이 생산 불확실성을 키우는 반면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와 자동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생산거점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10년 만의 전면파업···잠정합의에도 남은 '생산 리스크'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 새벽 울산공장에서 열린 제16차 교섭에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 5월6일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월 10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금 400%+1270만원,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 등이 담겼다. 노조는 이를 합산한 임금 인상 효과가 4000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과 정년 문제에서도 접점을 찾았다. 노사는 내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기술직 5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은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임금피크제 확대 없이 시행하기로 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상여금 인상 문제는 내년 단체교섭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잠정합의안은 오는 31일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추가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이미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부터 부분파업을 이어갔고 이달 21일에는 울산·아산·전주공장에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하루 8시간 전면파업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현대차 노조의 누적 파업 시간은 60시간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5만5000대를 넘어섰으며 매출 차질 규모도 2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당장의 생산 감소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는 한 국가에서만 차량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 생산거점을 두고 시장 수요와 비용, 관세, 물류 여건 등을 고려해 차종과 물량을 배분한다. 생산 안정성 역시 물량 배정 과정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생산량은 89만7929대로 전체 생산거점 가운데 가장 많다. 이어 인도 36만7400대, 미국 20만1000대, 체코 13만5400대, 브라질 10만7512대, 튀르키예 7만8100대 등의 순이다. 현재까지는 국내가 현대차 글로벌 생산의 중심축인 셈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생산 확대에 부담 요인이다. 주요 자동차 시장이 관세를 비롯한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수출보다는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뿐 아니라 인도 등 신흥국들도 자국 내 자동차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정책적 지원과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을 늘릴수록 관세와 물류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정부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역시 글로벌 판매를 유지·확대하기 위해 해외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과거에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이 주요 성장 전략이었다면, 앞으로는 주요 판매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는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공장의 반복적인 생산 차질은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해외 현지 생산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노사 갈등까지 생산 불확실성을 높일 경우 현대차그룹이 신규 차종이나 추가 물량을 국내에 배정할 유인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국내 생산을 단기간에 줄일 가능성은 낮다. 울산공장은 여전히 현대차 최대 생산거점인 데다 전기차 전용공장 등 미래차 생산을 위한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현지 생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공장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생산성과 비용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능력 역시 중요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 美 생산 80만대로 키우고 '아틀라스' 투입···공장 경쟁 본격화

국내 공장이 노사 갈등을 겪는 사이 현대차는 미국 생산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핵심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50만대에서 2028년까지 70만~8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미국 판매 차량 가운데 현지 생산 비중을 2024년 기준 40%에서 2029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HMGMA가 연산 80만대 체제를 갖추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핵심 생산거점으로서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생산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은 관세와 현지화다.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담을 줄이고 현지에서 늘어나는 판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 무뇨스 사장 역시 관세 정책이 현지화 계획에 속도를 내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HMGMA에서는 아이오닉5·아이오닉9과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미국을 생산 자동화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8년부터 HMGMA 생산 현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이후 적용 범위를 다른 생산거점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아틀라스는 초기에는 부품 분류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부터 맡고 향후 조립 등 보다 복잡한 공정으로 역할을 넓힐 전망이다. 로봇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 생산량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작업 중단 가능성을 줄이는 등 공장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노사 갈등으로 생산라인이 멈추는 동안 미국에서는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로봇을 투입하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는 셈이다.

특히 아틀라스는 생산 규모가 확대될수록 생산 단가가 빠르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자체의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 현대차·기아 공장에 투입되는 물량을 늘리기 쉬워지고, 이에 따른 완성차 생산원가 절감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생산량이 1만대까지 늘어나면 대당 생산 단가가 5만달러 수준으로 낮아지고, 3만대 이상 생산할 경우 3만5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장시간 가동에 따른 비용 경쟁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아틀라스는 배터리 교환 방식으로 거의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삼성증권은 아틀라스의 시간당 원가가 생산 초기 9.4달러에서 3만대 이상 생산 시 1.2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중국 인건비의 6분의 1 수준이다.

아틀라스 투입이 확대되면 현대차·기아의 제조원가 절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기아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7~8%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28년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 속도에 따라 매년 약 1%포인트의 원가 하락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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