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위험하다” 타살·은폐설…실종 사건에 억측 확산

원소정 기자 2026. 8. 25. 10: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타살 흔적 없어”…국과수 감정 예정
경찰 불신에 각종 의혹 제기 SNS로 일파만파
실종자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24일 제주시 한림읍 일대.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신고 접수 101일 만에 발견되면서 경찰의 부실한 실종사건 처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추측까지 빠르게 퍼지면서 제주사회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현재까지 '타살 정황' 없어…SNS선 확인 안 된 의혹 확산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씨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제주경찰청으로부터 목맴사로 추정된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목맴사는 법의학에서 목 부위에 압박이 가해진 상태에서 사망에 이른 경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유 직무대행은 '타살 흔적은 없느냐'는 의원 질의에도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답해 현재까지 타살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도 실종 당시 장씨가 착용했던 옷과 슬리퍼, 금팔찌를 비롯해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함께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을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감정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온라인에서는 장씨가 범죄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글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스레드 등에서는 "제주도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라는 반응부터 경찰과 중국 범죄조직의 연관성을 주장하거나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의 명백한 허위 사건 종결이 확인되면서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지만, 확인된 경찰의 잘못을 넘어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 '298건'·'CCTV 삭제'도 의혹으로…경찰 "전수조사 중"

최초 신고를 담당했던 A경장이 최근 1년간 처리한 실종사건이 298건에 달한다는 사실도 각종 의혹을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경찰은 추가로 허위 종결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A경장이 담당했던 사건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선 상태다. 이는 추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단계로 현재까지 298건 전체 또는 상당수가 부실하게 처리됐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장씨가 실종된 제주시 한림읍 일대 CCTV 영상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두고도 각종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장씨의 실종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최초 신고일인 지난 5월15일로부터 96일이 지나서야 실종 추정 지역 CCTV 확보에 나섰고, 당시 주변 118개 CCTV 영상은 이미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다만 해당 영상은 경찰이 임의로 삭제한 것이 아니라 CCTV별 영상 보존기간이 지나 자동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CCTV를 고의로 삭제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체포적부심사를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출석 중인 A경장. ⓒ제주의소리

# 사흘 새 실종자 4명 숨진 채 발견…"A경장 사건과는 별개"

최근 제주에서 실종자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된 사실도 이 같은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A경장이 허위 종결한 장씨와 60대 남성 B씨를 포함해 최근 사흘 사이 제주에서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4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25일 오전 9시35분께 제주시 애월읍 한 계곡 인근에서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한 실종자가 수색 중이던 경찰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은 지난 12일 경찰에 최초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사건을 정상 접수해 그동안 수색을 벌여왔다. 경찰은 이 사건의 경우 A경장이 담당했던 실종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오전 3시4분께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상에서도 7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낚시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해양경찰서는 이 남성이 발견 전날인 22일 제주동부경찰서에 실종 신고된 인물인 것으로 파악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제주 성인 실종신고 연간 800건 안팎…사실과 의혹 구분해야

실종 신고 자체도 제주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은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제주에서 접수된 성인 실종(가출인) 신고는 2023년 944건, 2024년 814건, 2025년 786건에 달한다. 올해도 7월 말까지 370건이 접수됐다. 현행 실종사건 처리 규칙상 18세 이상 성인 실종자는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더구나 장씨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지난 20일부터 하루 평균 140여명을 투입해 장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제주시 한림항 일대를 집중적으로 수색했다.

지난 24일부터는 수색 범위를 제주 해안가 전역으로 확대하고 하루 평균 400여명의 가용 경력을 동원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같은 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밭에서 수색 중이던 경찰관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이 장씨의 최초 실종신고를 사실과 다르게 종결하면서 수색과 수사가 뒤늦게 시작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또 다른 실종사건까지 허위로 종결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A경장의 사건 처리 과정과 경찰 내부 지휘·감독 체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장씨의 타살 가능성이나 CCTV 고의 삭제, 최근 발생한 다른 실종사건과의 연관성까지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