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KENTECH, 뇌 닮은 AI 반도체 개발

박선강 기자 2026. 8. 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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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코발트 입자 규칙 배열 제어 성공
자기조립 원리 적용 2차원 격자 형성
초저전류 동작 특성 스위칭 전압 저감
단기 장기 기억 회복 특성 소자 적용
GIST 캠퍼스 전경. GIST 제공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과 이상한 교수 연구팀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에너지공학부 오명환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산화코발트(Co3O4) 단결정 나노입자를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입자 사이의 미세한 '틈'을 정밀하게 제어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휘발성 멤리스터(memristor)를 개발했다.

25일 GIST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전자소자의 성능이 '무엇으로 만드는가'라는 소재의 특성뿐 아니라 나노입자를 '어떻게 배열하는가'라는 구조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나노미터 수준의 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해 차세대 전자소자 설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등의 발전으로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빠르게 늘면서, 적은 전력으로 작동하면서도 소자마자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전자소자를 구현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 자극을 받으면 저항이 변하고, 자극이 사라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휘발성 스위칭'은 외부 자극에 따라 일시적으로 신호를 기억했다가 잊는 생물학적 신경세포의 특성을 모사할 수 있어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등 차세대 정보처리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

기존 산화물 기반 휘발성 멤리스터는 전기 자극을 받으면 소자 내부에 전류가 집중적으로 흐르는 가느다란 길, 즉 '전도 경로'가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이 경로가 매번 다른 곳에, 다른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어 소자마다 동작 특성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마랑고니 효과 기반 자기조립 배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류가 흐르는 길을 작동할 때마다 새로 만들지 않고, 소자를 만들 때부터 정해 두는 방법에 주목했다.

전류가 무작위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대신, 나노입자 사이의 일정한 틈을 따라 흐르도록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약 10nm(나노미터) 크기의 산화코발트 단결정 나노 입자를 바둑판처럼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입자 사이에 평균 약 3nm의 균일한 '나노 틈(nanogap)'이 반복되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 나노입자 배열을 두 전극 사이에 넣어 멤리스터 소자를 제작했다.

나노입자의 배열에는 입자들이 외부에서 하나씩 배치되지 않아도 스스로 규칙적인 구조를 이루는 '자기조립(self-assembly)' 방식을 활용했다.

이 과정에는 와인잔 벽에서 액체가 방울져 흘러내리는 '와인의 눈물'의 원리로 알려진 '마랑고니(Marangoni) 효과'를 이용했다.

용매가 증발하면서 생기는 표면장력의 차이가 나노입자를 이동시키고, 나노입자들이 넓은 영역에서 규칙적인 2차원 격자 구조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나노입자 사이의 규칙적인 '틈'이 멤리스터의 동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산화코발트 소재로 입자 사이에 틈이 없는 연속적인 '박막'과 나노입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소자를 각각 만들어 비교했다.
인공지능(AI) 분석으로 확인한 나노 입자의 규칙적인 배열. GIST 제공

박막 대비 작동 안정성·저전압 구동
그 결과, 연속적인 산화코발트 박막에서는 안정적인 메모리 스위칭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나노입자 사이에 규칙적인 '틈'이 형성된 소자에서는 안정적이고 반복 가능한 휘발성 스위칭이 나타났다.

나노입자 사이의 틈이 전류가 흐르는 경로를 일정하게 만들어 소자의 동작을 안정화한 것이다.

개발된 멤리스터는 약 10nA(나노암페어)의 매우 낮은 전류에서 작동했으며, 100회 연속 측정에서도 스위칭 전압의 변동계수가 9% 미만에 그쳐 높은 동작 균일성과 재현성을 보였다.

실제 측정에서 스위칭이 시작되는 평균 전압은 8.75V(볼트), 스위칭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평균 전압은 4.38V​였으며, 변동계수는 각각 6.17%와 8.90%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나노 틈의 크기를 조절하면 멤리스터가 작동하는 전압도 바꿀 수 있는지 확인했다.

나노 틈을 약 3nm에서 약 1nm로 좁히자, 스위칭이 시작되는 평균 전압도 8.75V(볼트)에서 1.20V로 약 7분의 1 수준까지 낮아졌다.

즉 같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입자 사이의 틈을 좁히는 것만으로 소자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압을 크게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중 기억 회복 특성·향후 연구 가치
또한 개발된 멤리스터는 전기 자극의 세기와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가지 회복 특성을 나타냈다.

짧은 전기 자극 뒤에는 약 1~2μs(마이크로초) 수준에서 빠르게 원래 상태로 돌아온 반면, 강한 자극을 오래 가한 뒤에는 1분 이상에 걸쳐 천천히 회복됐다.

쉽게 말해 하나의 소자에서 금세 사라지는 '짧은 기억'과 비교적 오래 지속되는 '긴 기억'이 모두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빠른 회복은 전자의 빠른 이동이나 계면에 붙잡혀 있던 전자의 방출 등 전자적 과정, 느린 회복은 나노입자 사이 접합부에서 이동한 이온이 다시 확산하는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러한 특성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신호를 처리하는 뉴로모픽 정보처리 소자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IST 신소재공학과 이상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는 전류 흐름을 불규칙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로 여겨졌던 나노입자 사이의 '틈'을 오히려 소자의 동작을 제어하는 설계 요소로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낮은 전류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 서로 다른 시간대의 회복 특성까지 확인한 만큼, 향후 저전력 뉴로모픽 소자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ENTECH 에너지공학부 오명환 교수는 "균일한 나노입자가 스스로 규칙적인 구조를 이루도록 만들고, AI 기반 이미지 분석을 통해 입자들이 얼마나 일정하게 배열됐는지를 정량적으로 확인함으로써, 나노입자 사이에 일정한 틈이 반복되는 구조를 정밀하게 구현·분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