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성과급 갈등 재점화

정용진 2026. 8. 25. 10: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5표 차이로 엇갈린 찬반…93.81% 높은 투표율 기록
PS 40% 현금·60% 자사주 지급안에 조합원 반대
2023·2024년 이어 또 부결…성과급 갈등 반복
노사 재협상 돌입…현금·자사주 비율 조정 주목
[지데일리] SK하이닉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불과 25표 차이로 조합원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진=SK하이닉스

높은 투표 참여율 속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맞붙으면서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노조 내부의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SK하이닉스 노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지급 방식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K하이닉스 노조가 25일 오전 9시까지 진행한 전자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가운데 93.81%가 참여했다. 개표 결과 반대는 7535명으로 50.08%, 찬성은 7510명으로 49.92%를 기록했다. 찬반 격차가 0.16%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표결이었다. 높은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이번 부결은 일부 조합원의 의견이 아닌 다수 조합원의 상당한 이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지급 방식이었다.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자사주 가운데 40%는 해당 연도에 매도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부담을 줄이면서 구성원에게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보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현금이 아닌 주식 중심으로 바뀌는 데 대한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성장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높은 실적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구성원 사이에서는 회사의 성과에 걸맞은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자사주 지급은 주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매도 시점에 따라 체감 보상액도 달라진다. 현금 성과급과 비교하면 노동자가 감수해야 할 시장 변동성도 커진다.

이번 부결은 SK하이닉스 노사 협상이 성과급을 둘러싼 민감한 갈등을 안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SK하이닉스 노사는 2023년과 2024년에도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전례가 있다. 반복되는 부결은 임금 수준 자체보다 보상 방식과 지급 시점, 성과 배분의 기준을 둘러싼 구성원들의 요구가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사는 재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핵심은 자사주와 현금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자사주 지급분의 처분과 이연 기간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회사로서는 재무 부담과 주주가치, 인건비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노조는 조합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상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협상이 장기화하면 회사와 조합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경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 조직 내부의 피로감이 커지고 경영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투표 결과가 보여준 것은 25표라는 숫자보다 성과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한 노사의 인식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점이다. 재협상에서는 지급 규모뿐 아니라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성과 배분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