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의사 출신 한지아, 비어가는 ‘건보’ 곳간 채울 법안 만들었다

정윤경 기자 2026. 8. 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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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월급명세서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건강보험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의원은 시사저널에 "그동안 국가가 책임졌어야 할 몫을 제대로 채웠다면 건강보험 재정 여건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며 "정부 지원이 부족하면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줄어들 수 있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돼 법에서 정한 정부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보험료 인상 압력을 낮추고 필요한 보장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개정안이 그 책임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건강보험이 국민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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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준비금 소진 전망…건보 정부 지원 ‘최저선’ 못 박는다
한지아 “보험료 인상 막으려면 국가가 약속한 몫부터 지켜야”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직장인이라면 월급명세서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건강보험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은 이렇게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지만, 건강보험에 보태야 할 정부 몫은 번번이 덜 채워졌다. 지난 19년 동안 정부가 덜 지원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약 5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건강보험 곳간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고, 2029년에는 쌓아둔 준비금마저 바닥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족한 돈을 채우려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혜택을 줄이거나, 준비금을 꺼내 써야 한다. 결국 국민이 더 내거나 덜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의사 출신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고령화와 장기요양 문제를 다뤘던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했다. 국민이 자신의 몫을 다하는 만큼 정부도 법에 정해진 몫을 제대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지난 8월19일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지원 비율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유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한지아 의원실 제공

정부가 내기로 한 20%…실제로는 14.3%뿐

건강보험 재원은 크게 세 곳에서 나온다. 국민과 기업이 내는 보험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정부가 일반 예산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일부를 보탠다. 법에는 정부가 일반 예산에서 보험료 예상수입의 14%, 담배에 붙는 부담금으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두 항목을 합치면 20%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지아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25년까지 정부 일반 예산에서 14% 이상을 지원한 해는 단 한 번뿐이었다. 건강증진기금은 19년 동안 한 번도 6%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일반 예산에서 12.2%, 건강증진기금에서 2.1%만 지원됐다. 법에는 20%가 적혀 있지만 실제로 들어온 돈은 14.3%에 그친 것이다.

한 의원실이 지난 19년간 법에 정해진 비율과 실제 지원액의 차이를 계산한 결과는 약 52조원이었다. 한 의원은 시사저널에 "그동안 국가가 책임졌어야 할 몫을 제대로 채웠다면 건강보험 재정 여건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며 "정부 지원이 부족하면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줄어들 수 있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 내면 된다'에서 '이보다 적게 내면 안 된다'로

정부가 법에 적힌 비율보다 적게 지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애매모호한 법 문구가 있었다. 현행법은 정부가 보험료 예상수입의 14%와 6%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하는 금액'은 반드시 그 비율을 채워야 한다는 뜻으로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해마다 예산 사정을 고려해 실제 지원액을 낮게 정해왔다.

한 의원의 개정안은 이 표현을 '이상의 금액'으로 바꾼다. 쉽게 말하면 '14% 정도를 지원하라'에서 '적어도 14%는 지원하라'로 명시하는 것이다. 건강증진기금도 마찬가지로 최소 6%를 지원하도록 했다. 두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소 비율은 일반 예산 14%와 건강증진기금 6%를 합친 20%가 된다.

여기에는 한 가지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건강증진기금이 6%를 채우지 못하면 부족한 금액을 정부 일반 예산에서 대신 내도록 한 것이다. 건강증진기금은 주로 담배에 붙는 부담금으로 마련되는데, 건강보험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에도 한도가 있어 6%를 모두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증진기금이 4%만 지원한다면 나머지 2%는 국고가 채우는 방식이다. 어느 한쪽에서 돈이 부족해도 건강보험에 들어오는 정부지원 총액에는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한 의원은 "두 법률의 '상당하는 금액'을 '이상의 금액'으로 바꾸는 것은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의 지원이 부족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아 "개정안이 국가의 책임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 되길"

물론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고 당장 건강보험료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년 동안 부족했던 52조원을 정부가 한꺼번에 돌려주는 내용도 아니다.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로 건강보험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 문제도 따로 풀어야 한다.

다만 앞으로 정부가 매년 내야 할 돈을 제대로 지원하면 건강보험 준비금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보험료를 올리거나 의료 혜택을 줄여야 하는 압박도 그만큼 낮아진다. 텅 비어가는 건강보험 곳간에 정부가 안정적으로 돈을 채워 넣는 '버팀목'을 세우는 법안인 셈이다.

한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돼 법에서 정한 정부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보험료 인상 압력을 낮추고 필요한 보장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개정안이 그 책임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건강보험이 국민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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