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플루언서 사칭해 단톡방 유인… “돈 벌었다” 수십명 바람잡이

지민구 기자 2026. 8. 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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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슬금슬금 올라요. 특별한 투자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는 핀플루언서 관련 범죄는 조직적인 사칭 광고와 콘텐츠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은숙(가명·54) 씨는 지난해 12월 유튜브에서 한 핀플루언서가 투자 조언을 해 주는 채팅방을 개설했다는 광고를 접했다.

백서준 오엔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핀플루언서 범죄는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한 단계 진화한 형태"라며 "투자자들이 위험성을 인지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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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플루언서의 함정] 〈하〉 조직화된 핀플루언서 사칭 범죄
유명인사 사진 짜깁기한 영상 제작
광고 클릭하면 비공개 채팅방 초대
“투자기회” 꼬드긴뒤 입금하면 잠적… “보이스피싱보다 수법 진화” 지적

‘조용히 슬금슬금 올라요. 특별한 투자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범죄 조직이 핀플루언서(Finfluencer·Finance와 Influencer의 합성어)를 사칭한 광고와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쏟아내며 시장을 혼란시키고 있다. 조직원들은 핀플루언서인 척 나서서 투자자를 유인하는 얼굴마담, ‘핀플루언서에게 투자금을 맡겨 수익을 냈다’는 가짜 인증글을 올리며 투자금 입금을 유도하는 바람잡이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움직인다.

● “사칭 사진으로 유인… 신뢰 쌓다가 본색 드러내”

핀플루언서 사칭 사기 피해자인 정은숙(가명) 씨가 범죄 집단이 유튜브 등에 올린 불법으로 의심되는 광고를 보고 있다. 정 씨는 유튜브에서 핀플루언서를 사칭한 거짓 광고를 접한 뒤 높은 수익이 났다는 ‘바람잡이’ 등에게 속아 3억 원 이상의 사기 피해를 당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는 핀플루언서 관련 범죄는 조직적인 사칭 광고와 콘텐츠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핀플루언서 사칭 조직은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을 꼬드기는 미끼로 실제 유명한 스타 핀플루언서의 사진과 영상을 짜깁기해 올린다. 증권업계의 유명 최고경영자(CEO)나 애널리스트, 큰손 개미 등이 마치 자신들의 콘텐츠를 광고하는 것처럼 속이는 방식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은숙(가명·54) 씨는 지난해 12월 유튜브에서 한 핀플루언서가 투자 조언을 해 주는 채팅방을 개설했다는 광고를 접했다. 평소 즐겨 찾던 핀플루언서여서 의심 없이 광고를 열어봤다가 피해를 당했다. 이 핀플루언서는 평소에도 영상에서 ‘개인 투자자에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고 종종 언급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짜 핀플루언서의 광고를 클릭하면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연결되는 인터넷주소(URL)가 나온다. 주소를 타고 들어가면 대부분 단정한 모습의 젊은 남성이나 여성 프로필 사진을 걸어둔 ‘매니저’라는 조직원이 답장하면서 밴드 등 소셜미디어의 비공개 단체방에 초대한다. 비공개 단체방이 범죄 집단의 첫 번째 덫이다.

단체방에선 ‘대표’나 ‘교수’란 ID를 쓰는 관리인이 처음 몇 주간 기본 투자 상식과 전략을 공유한다. 투자자와 신뢰가 쌓였다는 판단이 들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소수만을 위한 고수익 투자 기회가 열렸다’며 기회를 주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정 씨도 단체방에서 ‘증권사와 공동으로 상장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낼 기회를 주겠다’는 꾐에 넘어가 올해 2월 2주간 10차례에 걸쳐 3억228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아직 1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정 씨는 “평소에 즐겨 찾던 유명 핀플루언서가 투자 상담을 해준다고 하니 사칭 사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 씨의 사건을 수사 중이다.

방석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투자 추천을 받았다면 먼저 금융 당국에 등록된 투자자문업자인지 확인하고, 그 정보가 신뢰할 만한지를 믿을 만한 기관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단톡방 90명 투자자, 알고 보니 바람잡이

조직원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투자자처럼 행동하며 투자를 부추긴다. 바람잡이는 20∼30%의 수익률을 기록한 계좌 인증 사진과 함께 ‘대표님과 매니저님 덕분에 인생 바꿉니다’라는 식의 게시글을 지속해서 올린다. 경찰에 따르면 이런 폐쇄형 소셜미디어 가입자의 상당수는 조직원들이 도용한 계정이다. 정 씨 역시 “단체방에 90명이 들어와 있었는데 경찰은 대부분이 ID를 도용한 바람잡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사람들은 매니저가 밴드에 투자 정보를 올리면 맞장구를 쳤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단톡방에 올라온 고수익 후기를 보며 안심하면 조직원들은 대형 금융사와 연계한 연 20∼30%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라며 입금을 유도한다. 투자금을 빼내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것이다.

경기 지역에 사는 백경희(가명·58) 씨도 비슷한 방식으로 약 1억 원의 사기 피해를 당했다.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새로운 가상자산(코인)이 출시됐다며 투자를 유도하고 수익률을 인증하는 바람잡이들의 메시지가 연이어 올라오자 수익을 낼 수 있겠다고 확신하게 됐다. 결국 단톡방에서 ‘멘토’로 불리는 조직원이 안내한 계좌에 여러 차례 돈을 입금했다. 백 씨는 “멘토가 입금된 돈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계좌 내용을 계속 캡처해 보내줘서 믿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도 다 짜깁기한 가짜 캡처 파일이었다”며 원통해했다.

이들은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세심함을 보인다. 투자자가 의심을 하거나 불안해하는 낌새를 보이면 이른바 ‘멘토’ 역할을 하는 조직원은 꼭 투자를 권하지 않아도 수시로 안부를 묻는다. 투자자의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주며 ‘지금 당장 돈을 안 보내도 다음에 기회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 주기도 한다. 백 씨는 “항상 투자자를 위하는 척하는 말에 속아 가족의 경찰 신고 전까지 사기라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백 씨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백서준 오엔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핀플루언서 범죄는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한 단계 진화한 형태”라며 “투자자들이 위험성을 인지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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