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경제적 고립 작전’ 개시…中 은행에도 “제재 예외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돈줄을 전 세계에서 끊어내기 위한 전면적인 경제 제재 작전에 돌입했다. 이란산 원유 거래에 관여하는 중국 은행에 대해서도 “누구도 미국의 제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요구에 따르지 않는 제3국 금융기관을 달러화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중국 금융기관을 언제 제재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이란과 이를 지원하는 세력을 겨냥한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베센트는 이를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인 ‘D데이’에 빗대며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이란의 금융 연결망을 겨냥한 경제적 총공세를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이 폭압적인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테헤란을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이라며 “미국은 더 이상 이란의 위협을 관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끝내고 있다”고 했다.
◇中 은행에도 “美 제재에서 예외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란의 최대 원유 고객인 중국을 어디까지 압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이란이 해상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사들이고 있어, 이란의 석유 수입을 실질적으로 차단하려면 중국 금융·정유업계에 대한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미국이 이미 중국 정유업체들을 제재했으며 중국 은행까지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은행들이 이란 거래와 관련해 거론돼 왔지만 오늘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베센트는 “누구도 미국의 제재가 미치지 않는 곳에 있지 않다”며 “이란의 거래를 돕고 이란산 석유를 돈으로, 그 돈을 억압으로 바꾸는 생태계의 일부라면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고 그들 자신도 자신들이 누군지 알고 있다”며 “미 재무부의 철퇴가 떨어질 때 그들은 자신 외에는 누구도 탓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은행도 제재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중국 금융기관의 이름이나 제재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베센트는 트럼프가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해 이란과의 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와 국무부도 각국 정부와 관련 기업·금융기관에 미국이 요구하는 조치와 이행 시한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시한은 밝히지 않으면서 “우리의 인내심이 무한하지는 않다”고 했다. 특히 베센트는 “이번 주말까지 주요 금융기관 한 곳에 대한 제재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예고했다. 어느 나라 금융기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란 정권 경제적으로 질식시킬 것”
미국이 꺼내 든 핵심 수단은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미국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에 대한 2차 제재 범위를 크게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
베센트는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이 정권을 경제적으로 질식시키는 것”이라며 “누구도 우리의 결의를 시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란을 대신해 돈세탁을 돕는 기관에는 “미 달러화 시스템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무부는 이날 디지털 자산·기술·금·항공·해운 등 5개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의 불법 핵·미사일 기술 조달과 사이버 작전, 석유 수입 확보를 지원한 전 세계 60여 기관·개인·선박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베센트는 제재망을 빠져나가는 자금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누수 제로(zero leakage)’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압박에 움직이는 국가도 나타나고 있다. 베센트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주 취한 조치에 대해 미국의 요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나라가 비슷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오늘 이 회견장을 나가면 제재 발표가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불응하면 달러 시스템서 퇴출”
다만 베센트는 이란에 협조하는 제3국에 대해 제재를 내리기에 앞서 일정 유보 기간은 줄 것이라고 했다. 베센트는 “모두에게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내가 왜 세계 금융 시스템을 폭파하고 싶겠느냐”고 했다. 각국에 일정한 ‘시정 기간(cure period)’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기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갈 것이며 우리가 진지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2차 제재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라고 했다. 이어 “경고 사격을 하고 미국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알리는 것이 적절하다”며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달러 시스템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베센트는 이란에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라고 했다. “완전한 국제적 고립과 생존에 급급한 경제”를 택하거나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계 경제에 복귀하는 길이다. 그는 “이제 세계 지도자들이 번영과 고립, 평화와 테러,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때”라며 “오늘 시작한 작전은 이란 정권이 완전히 고립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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