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까지 팔팔하게, 추억 소환으로 끝나지 않게…빅뱅 데뷔 20주년 월드투어

8년8개월 만의 콘서트로 새 출발
지드래곤·태양·대성 팬들과 호흡
세 멤버 각각의 특색 담긴 무대도
3시간·33곡 팬들과 ‘아름다운 밤’
“8년8개월 만의 콘서트인데, 이대로라면 88세까지 팔팔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태양)
데뷔 20주년을 맞은 빅뱅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 그룹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지난 18일 신곡 ‘빅’(BiiiG)을 발표한 빅뱅은 21~23일 사흘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20주년 기념 월드투어 <엑스엑스: 코스모스>(XX: COSMOS)의 시작을 알리며 팬들과 만났다. 2017년 이후 약 8년8개월 만에 마련한 단체 콘서트였다.
지난 23일 공연에서 팬들은 오래된 응원봉을 다시 꺼내들고 힘차게 노래를 따라 불렀고, 지드래곤·태양·대성은 변함없는 라이브와 한층 여유로워진 무대 매너로 화답했다.노을이 짙어지기 시작하던 오후 7시, 화면에 띄워진 ‘2006-2026’이라는 숫자 사이로 빅뱅의 세 멤버 지드래곤, 태양, 대성이 무대에 올랐다.

첫 곡 ‘판타스틱 베이비’의 강렬한 전자음 전주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핸즈 업’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빅뱅은 이어지는 곡 ‘투나잇’에서는 기타를 부수는 과거 퍼포먼스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세 곡을 연달아 선보인 뒤에야 멤버들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빅뱅이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잘 지냈어요?”(지드래곤) “20년째 큰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는 대성입니다.”(대성) “모든 에너지 쏟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태양) 짧은 한마디였지만 8년8개월 만에 함께 무대에 선 세 멤버의 인사에 객석에서는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어지는 무대는 빅뱅의 20년을 압축한 듯했다. ‘블루’ ‘루저’ ‘이프 유’ 같은 서정적인 곡에서는 5만여 관객의 ‘떼창’이 공연장을 채웠고, ‘하루하루’와 ‘거짓말’의 전주가 흐르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몸을 흔들었다. 2000년대 후반 한국 대중음악계를 뒤흔든 노래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시간의 틈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생생했다.
공연 중반에는 세 멤버의 특색이 담긴 개인 무대도 꾸며졌다. 화려한 금색 옷을 입은 대성은 지난해 발매한 솔로곡 ‘유니버스’를 시작으로 트로트 ‘한도초과’와 ‘날 봐, 귀순’을 들려주며 특유의 유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맨몸에 퍼코트를 걸친 채 등장한 태양은 댄서들과 함께 솔로곡 ‘배드’ ‘링가링가’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펼쳤고 지드래곤은 ‘파워’ ‘크레용’ ‘삐딱하게’ 등으로 완벽한 라이브 실력을 자랑했다.
솔로곡 이후 공연이 절정에 이르렀다. ‘뱅뱅뱅’ ‘스투피드 라이어’ ‘맨정신’ 등 곡을 이어가며 멤버들은 돌출무대 위를 누비면서 관객들과 호흡했다. 공연장을 수놓은 컨페티(색종이 조각) 사이를 달리는 멤버들의 모습은 성대한 20주년 축하의 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막바지에는 신곡 ‘빅’ 무대가 처음 공개됐다. 트렌디한 사운드에 빅뱅만의 스타일을 담아내며 빅뱅이 여전히 트렌드를 이끄는 그룹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오후 9시 무렵 앙코르 무대에서는 이전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곡들이 등장했다. 멤버들의 군 복무 공백기를 앞두고 2018년 발표한 ‘꽃길’을 처음으로 라이브로 선보인 데 이어, 2008년 콘서트 이후 공식 무대에서 부르지 않았던 미발표곡 ‘언제까지’를 들려줬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 위로 멤버들이 ‘언제까지’를 부르자 팬들은 눈물을 훔치며 따라 불렀다. 3시간 동안 33곡으로 가득 채운 공연은 오후 10시가 다 돼 멤버들의 큰절로 막을 내렸다. 멤버들은 공연 내내 여러 차례 감격한 듯 마이크를 잡았다. 지드래곤은 “작년 솔로 컴백을 준비하면서 오늘 이 순간까지가 계획에 있었다”며 빅뱅의 세 멤버가 함께하는 앨범과 투어를 위해 솔로 활동을 시작했음을 밝혔다. 추가 공연과 새 앨범을 암시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대성이 “이 곡으로 20주년 활동을 마무리 짓는 데 아쉽다는 의견이 있다”고 운을 떼자 태양은 “한 곡으로 끝내기엔 ‘빅’이 아니라 ‘엑스 스몰’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드래곤은 “제가 (곡 제작을) 하면 바로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태양이 “서울에서 하는 형식상 마지막 공연”이라고 말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추가 공연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빅뱅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 19개 도시 총 33회에 걸친 투어에 나선다.
빅뱅은 2006년 8월19일 <YG 패밀리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통해 데뷔했다. 2000년대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발매한 앨범에서도 ‘판타스틱 베이비’ ‘루저’ ‘뱅뱅뱅’ 등으로 인기를 얻으며 장르적 확장을 일궈냈다. 두 명의 멤버가 탈퇴하는 등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이번 컴백과 공연으로 빅뱅은 또 다른 출발점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 채비가 끝났음을 보여줬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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