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탓에 터진 '미-캐나다 1812 전쟁'의 전철… 美 동맹국 한국의 숙명?

한정연 칼럼니스트 2026. 8. 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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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총리는 최근 '미국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 '1812 전쟁' 의미=캐나다가 관세 협상 중단을 선언하자 미국은 곧장 캐나다의 연간 대미 수출액의 5%인 2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관세 50%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이런 영국의 횡포에 맞서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 전역을 정복하겠다며 시작한 게 '1812 전쟁'이다.

'1812 전쟁'의 의미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방 전략을 완전히 바꿔놨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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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캐나다에 관세 50%”
캐나다 총리 “우리는 전쟁 중”
‘1812 전쟁’도 무역이 원인
지난 5월 양국 군사동맹 중단
韓 비난 반복하던 트럼프
사드 포대 중동 이전시키더니
한미 연합훈련도 일방적 축소
동맹 입증 책임, 이제 미국으로

캐나다 총리는 최근 '미국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관세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여파다. 이를 단순히 무역 갈등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두 나라는 200년 전 자유무역을 놓고 전면전을 벌인 이력이 있어서다. 미국과 캐나다의 군사적 갈등과 이재명 정부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알아봤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실패하자 '전쟁 중'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진 | 뉴시스]
"왜냐하면 우리가 공격받았기 때문이다. 공격받으면 전쟁 중인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수도 오타와에서 '오늘 총리의 말투가 마치 전쟁에 나서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캐나다 대미對美 무역 담당 도미니크 르블랑 장관이 19~21일 워싱턴에서 벌인 관세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한 여파다. 캐나다 총리의 전쟁 발언을 무역 협상 과정의 고단함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두 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 '1812 전쟁' 의미=캐나다가 관세 협상 중단을 선언하자 미국은 곧장 캐나다의 연간 대미 수출액의 5%인 2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관세 50%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카니 총리의 "우리는 전쟁 중" 발언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같은 금액으로 보복하겠다는 내용의 연설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그런데 1812~1815년에 벌어진 두 나라의 전면전도 시작은 '무역'이었다. 미국은 1812년 '자유무역과 미국 선원 권리'를 확보하겠다며 영국 식민지였던 캐나다를 침략했다. 영국은 프랑스와 나폴레옹 전쟁을 벌이던 중에 대륙봉쇄령에 맞서 해상봉쇄령을 내렸다.

이 여파로 1807~1812년 미국의 유럽 무역선 900척이 나포됐다. 영국은 이 배에 타고 있던 미국인 선원을 강제징집해 전쟁터에 내보냈다. 미국이 이런 영국의 횡포에 맞서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 전역을 정복하겠다며 시작한 게 '1812 전쟁'이다.

미국은 캐나다와의 전쟁 시작 전에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 당시 미국 인구가 750만명을 넘었던데 반해 캐나다 주민은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들과 미국에서 건너간 미국인을 포함해 모두 50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은 '1812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캐나다 영토를 병합하지 못했고, 전쟁의 명분이었던 해상 무역 자유화도 평화협정에 반영하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은 종전 이후 영국 정부에 여러 차례 전쟁 배상금을 지급했다. 아울러 미국인의 캐나다 토지 취득도 금지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1812 전쟁'의 의미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방 전략을 완전히 바꿔놨다는 데 있다. 캐나다는 영국령을 고집하면서 1940년 전까지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지 않았다. 미국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를 미군의 모토로 삼게 됐다. 미군은 '1812 전쟁' 이후 평시 병력을 4배 이상 늘렸다.

[사진 | 뉴시스, 그래픽 | 챗GPT]
■ 군사적 결별 진행 중?=두 나라의 전면전 역사를 알고 있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한 도발을 허투루 넘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두 나라는 군사적으로 예전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 시점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군사동맹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포문은 미국이 열었다. 미군은 1월 발표한 국가방위전략(NDS·National Defense Strategy) 문서에서 '미국 본토 방어'와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포함하는 서반구 지역 방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NDS는 구체적으로 서반구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회복하고, 미국 본토와 서반구 주요 지역 접근권을 지키며, 적이 서반구에서 병력 등 위협적인 수단을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겠다고 명시했다.

캐나다의 대응도 빨랐다. 카니 총리는 올해 2월 사상 처음으로 국방산업전략(DIS·Defence Industrial Strategy)을 발표하고, 군사력 강화를 위해 8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임을 명확히 했다. 올해 5월에 발표한 국방산업 회복력 프로그램(CDIRP·Canadian Defence Industry Resilience Program)은 향후 15억 달러를 투입해 캐나다 방위산업의 자국 내 국방 공급망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의 군사동맹은 일시적이나마 사실상 해체됐다. 두 나라의 군사동맹은 지난 1940년 설립된 북미 대륙 방어 자문기구인 상설 합동 국방위원회(Permanent Joint Board on Defence)가 그 근간이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차관은 5월 19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미국의 상설 합동 국방위원회 참여를 일시 중단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캐나다가 국방비 지출을 충분히 늘리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캐나다가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 때문이라는 것을 숨기지도 않았다.

콜비 차관은 "지금 미국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정상적이지 않고, 이제 중견국들이 뭉쳐야 한다"는 카니 총리의 지난 다보스 포럼 연설 전문을 공유했다. 양국 관계가 이대로라면 미국이 지난 7월 일방적으로 연장을 거부한 북미 3국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수명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 韓美 군사동맹 위협하는 트럼프=동맹국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미국의 오판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서 비롯됐다. 특히 이란전 발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트럼프 2기의 동맹 비난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사진 | 뉴시스, 그래픽 | 챗GPT]
트럼프 대통령은 2기 당선 전부터 '부자 나라 한국이 미군 주둔의 대가로 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고, 임기 시작 이후에도 이 얘기를 반복했다. 이란전 발발 초기에도 한국·일본·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이 군대를 보내주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주한미군이 보유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포대와 패트리엇 요격탄도 중동 지역에 재배치했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이란 비핵화에 불참을 결정한 한국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을 일방적으로 축소했다. 17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북미 대화에서 한국 정부를 배제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댄 프리드는 AP에 "미국은 이 문제(연합훈련 축소)에 아무런 이익이 없다"며 "한국과 일본의 입지를 약화하고, 대만을 불안하게 하며, 중국은 물론 북한까지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도 "트럼프는 동맹국을 처벌하면서 적을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와의 군사동맹 중단을 미국 차관보가 SNS에서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 있다면, 한국과의 군사동맹은 왜 그렇게 못하는지 입증해야 하는 것은 이제 미국의 책임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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