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고현윤 명예원장 “진료·교육·연구로 쌓은 척수의학 지식, 책으로 공유”
퇴직 이후 전문 학술서 집필
영어 출판까지 총 5권 펴내

“퇴직을 앞두고 대학병원에서 진료하고 후학을 가르치며 쌓은 지식을 잘 정리해야겠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현윤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명예원장은 부산대 의대 재활의학과의 역사 그 자체이다. 고 원장은 1987년 고신의료원에 생긴 부산 대학병원 첫 재활의학과 과장을 맡았고, 이듬해 부산대 의대에 재활의학과 강좌를 개설했다. 1993년부터 재활의학과 외래진료를 시작한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척수손상 전문의로 환자를 진료하고, 교수로 수많은 인재를 양성했다.
뇌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척수가 손상되면 다양한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감각·운동 기능 상실을 포함해 손상 부위에 따라 호흡기, 내장, 자율신경계와 인지 기능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오랜 시간 진료·연구·교육에 매진하며 쌓은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길은 책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 원장이 척수의학 전문 학술서 출간을 이어 나가는 이유다.
단독 저서인 〈재활의학과 의사를 위한 척수의학매뉴얼〉(2016년) 국내 출간이 시작이었다. 2019년 척수손상의 치료와 재활에 관한 책으로 국제 학술 출판사인 스프링거와 인연을 맺고, 올 4월까지 영어로 총 4권의 책을 냈다. 올해 나온 척수손상 재활 기능해부학까지 고 원장 책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도서관에 들어가는 e북 패키지가 24만 건 다운로드됐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척수손상 치료·재활 관련 서적 3차 개정판을 내기로 스프링거와 계약하고 집필 중입니다.”
고 원장은 처음 의뢰가 왔을 때는 큰 장벽처럼 느껴졌지만, 쓰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보태고 싶은 내용이 자꾸 늘어난다고 했다. “미국 의대생들도 내 책을 본다고 생각하면 소장 교수 시절의 의욕이 다시 느껴지고, 빨리 개정판을 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올해 나온 해부학 책도 더 잘 만들어서 세컨드 에디션을 내고 싶습니다.”
영남권역재활병원 병원장을 역임한 고 원장은 현장에서 뛸 때 몸만이 아니라 마음의 재활까지 돕는 의사였다. “재활의학은 임상의학이면서 사회의학적 개념을 같이 가집니다. 재활의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만들어져, 재활의학이 본연의 재활의료를 잘 실천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의학으로 자리매김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고 원장은 7000권을 훌쩍 넘는 전공 관련 서적을 소장하고 있다. “퇴직하며 정리를 많이 했지만, 전공 관련 책은 빠지지 않고 모읍니다. 이집트 의학 문서인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 번역판 영인본 등 오래된 서적들을 아마존에서 찾아서 구매합니다.” 고 원장은 책을 쓸 때 과거 의학지식도 적극 활용한다고 했다. 1800년대 후반이나 1900년대 초반 의학자들은 경험적·사실적으로 기술을 잘해서 지금 세대에서도 습득할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미래 세대가 놓치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고 원장은 후배 교수나 연구자들이 ‘고 선생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저술 작업에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디에 있든 자기 지식과 자기 공부가 중요합니다. 교육자가 잘 가르치기 위해서 계속 공부하는 것처럼, 잘 가르치기 위한 자료를 남기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것이 책을 적는 일이고, 파피루스에 적힌 것처럼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