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필수지만”… 전문가, 정부 추진력에 ‘물음표’

정라진 기자 2026. 8. 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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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PP 당사국 수출, 연평균 3.2% 성장
미중 빠진 CPTPP, 韓에는 자율적 공간 확보 가능
허윤 교수 “가입, 당정청 모두 강한 의지로 추진해야”
업계 피해 우려엔 “무역조정지원제도 등 활용해야”
연합뉴스.

정부가 4년여 만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국가로서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농어업 등 피해가 우려되는 일부 업계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가입은 가야할 길이지만, 현 정부에서 추진 가능할지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CPTPP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4.3%에 달하는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은 총 12개국으로, 지난 5월 코스타리카의 가입작업반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면서 오는 2027년 13번째 당사국이 될 전망이다.

관세 철폐율이 99%에 달하는 고강도 무역자유화를 추구하지만, CPTPP에 가입하려는 국가들은 계속 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가 흔들리면서 CPTPP가 전자상거래, 노동, 환경 등 아직 국제규범으로 정리되지 못한 영역의 대안 플랫폼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CPTPP 가입을 시장 접근이 아닌 차세대 통상규범 주도권의 확보 문제로 보고 있다.

이미 가입국들 사이에서는 효과가 수치로도 확인이 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CPTPP 발효 이후 당사국 간의 역내 수출은 연평균 3.2%씩 성장하며 2024년 6180억 달러에 달했다. CPTPP 당사국은 신시장 개척과 관세 자유화, 서비스·투자 분야 고도화, 공급망 안정화 등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CPTPP가 주목 받는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모두 빠져 있다는 사실도 있다. 미국은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CPTPP를 탈퇴했고, 대만·중국은 2021년 신청했지만 가입은 불발됐다. 결과적으로 CPTPP는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 중견국 중심의 연대 플랫폼으로 다시 짜여진 셈이다. 한국으로서는 CPTPP에 가입할 경우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고, 신통상규범 설계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자율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반대가 만만치 않다. 농수축산업계에서는 CPTPP 가입 추진을 두고 ‘식량안보를 도외시했다’ ‘수출 늘리려 농업을 내주는 꼴’ 등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농업 강국이 회원국에 포함돼 있어 개방 폭이 사실상 클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한국농업경제학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CPTPP 가입 이후 신선 식품 수입이 연 2000억원 이상 늘었다. 여기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완화 여부도 걸림돌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CPTPP 논의와 분리할 계획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가입 여부에 대한 득실이 아닌 정부의 추진력에 물음표를 던졌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가입 자체는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입은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 당정청 모두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가입 추진을 해야 한다. 이런 추진 동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석 달 만인 지난해 9월 CPTPP 가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1년 가까이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있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다는 점에서 추진 동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지금 정부와 국회가 국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가입을 관철시킬 만한 추진 동력을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자칫하면 가입 논의가 나오다가 사회적 혼란만 부추기고 가입을 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판단이 나올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역조정지원제도 등을 보완해 피해 업계에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 교수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이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하거나 보조금이 아닌 융자 지원 등으로 이용 실적이 저조했다. 이를 보완한다면 피해 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realjin0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