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63빌딩' 64채…배로 짓는 발전소[르포]

영광(전남광주)=권다희 기자 2026. 8. 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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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하우리항. 작업자 수송선(CTV)을 타고 뱃길로 1시간30분 남짓 달려 영광군 송이도 인근 해상에 들어설 무렵 창밖으로 흰색 풍력발전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 해상 공사 현장에서 다시 바다를 가로질러 약 1시간 30분 이동한 뒤 닿은 영광군 홍농읍 계마항 인근에는 스카다(SCADA·감시 제어 및 데이터 수집) 관제센터가 해상풍력단지 발전기 각각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명운산업개발이 인근에서 추진 중인 한빛해상풍력의 경우 13.6MW급 발전기 25기가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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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낙월해상풍력 해상 시공현장
시공 중인 영광낙월해상풍력 단지의 터빈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1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하우리항. 작업자 수송선(CTV)을 타고 뱃길로 1시간30분 남짓 달려 영광군 송이도 인근 해상에 들어설 무렵 창밖으로 흰색 풍력발전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발전기들 사이로 거대한 붉은색 철제 구조물이 시야를 채웠다. 이 구조물의 정체는 '배'다. 길이 123.6m, 폭 58m에 달하는 해상풍력 설치선 '한산1호'로, 현재 영광낙월해상풍력(이하 낙월해상풍력)의 막바지 해상 공사에 투입돼 있다.

영광낙월해상풍력단지 건설에 쓰인 해상풍력 설치선 한산1호 일부 모습. 검은 부분이 바닷물 속에 있던 부분이다./사진=권다희 기자


일반적인 해상풍력 설치선이 다리를 해저면에 내리고 선체를 수면 위로 들어 올려 작업하는 것과 달리, 한산1호는 선내 탱크에 바닷물을 채워 선체 하부를 해저에 가라앉혀 바다 밑바닥에 몸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위치를 잡은 뒤 선박 내 탱크에 바닷물을 채우면, 무게가 더해진 선체가 가라앉아 해저면에 닿는다. 수면 위로는 작업 갑판과 크레인만 남겨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해상 작업장'을 구축하는 원리다. 작업이 끝나면 물을 빼고 다시 부력으로 띄워 다음 지점으로 이동한다.

한산1호에 오르자 갑판을 받치는 기둥 아래쪽에 따개비 등 해양 생물이 붙은 검은 띠가 선명했다. 물밑에 있었던 흔적이다. 현장 관계자는 "불과 2시간 전까지 바닷물에 잠겨 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2026년 8월19일. 해상공사 중인 설치선 위에서 찍은 영광낙월해상풍력 단지 /사진=권다희 기자
해저에 밀착한 배, 63빌딩 높이 발전기 세워
선박 내부 승강기를 타고 수면 위 40m 높이의 작업 갑판에 오르자 최대 1800톤을 들어 올리는 대형 크레인이 눈앞에 솟아 있었다. 갑판에 서자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졌고, 이미 설치된 흰색 터빈들이 수평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다.

2024년 착공된 낙월해상풍력 발전단지는 지난해 모노파일을 해저에 박으면서 해상 공사가 본격화됐다. 모노파일 1개는 길이 60.2~71.2m, 하단 지름 7.5m, 무게 754~888톤으로 승용차 약 600대 무게와 맞먹는다. 현장 작업자들은 운송선이 실어 온 모노파일을 크레인이 수직으로 세운 뒤, 대형 망치 형태의 장비로 내리쳐 해저 지층에 고정한다.

2026년 8월19일. 해상공사 중인 설치선 위에서 찍은 영광낙월해상풍력 단지 /사진=권다희 기자


모노파일과 타워를 잇는 트랜지션피스(TP)를 모노파일 위에 설치하고, 다시 그 위에 타워와 나셀을 차례로 올린 뒤 미리 조립해둔 3개의 날개(블레이드)를 연결한다. 기상 조건이 좋으면 발전기 1기를 세우는데 3일이 소요된다.

해저 기초까지 포함해 완성된 발전 구조물은 거대하다. 블레이드가 수직으로 섰을 때 날개 끝은 해수면 위 약 195m까지 솟고, 모노파일 끝은 해수면 아래 약 50~70m에 닿는다. 가장 높은 날개 끝부터 해저 지층에 박힌 모노파일 끝까지 수직 길이는 약 245~265m, 대략 250m로 63빌딩(249m) 높이와 맞먹는다. 82.5m 길이의 블레이드 3장이 회전하며 그리는 원의 지름은 축구장 길이의 약 1.5배인 165m에 달한다.

2026년 8월19일. 해상공사 중인 설치선 위에서 찍은 영광낙월해상풍력 단지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올해 말 시공 완료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는 5.7메가와트(MW)급 발전기 64기(총 364.8MW)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명운산업개발이 최대주주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낙월블루하트가 시행하고 있다.

현재 모노파일 64기의 설치가 끝났고, 터빈 47기가 세워져 이 가운데 33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간 상황이다. 오는 10월 케이블 설치가 마무리되면 12월에는 전면 상업운전에 돌입하게 된다. 완공 시 국내 최대 해상풍력단지가 된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해상풍력단지를 모두 합친 설비용량(364.1MW)을 웃도는 수준이다.

64기의 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은 33kV(킬로볼트) 해저케이블을 통해 인근 송이도 변전소로 모이게 된다. 이곳에서 전압을 154kV로 높여 육지 전력망으로 송전한다. 해상변전소를 따로 짓는 대신 송이도를 기착지로 활용하게 되면서 효율이 높아졌다.

이 해상 공사 현장에서 다시 바다를 가로질러 약 1시간 30분 이동한 뒤 닿은 영광군 홍농읍 계마항 인근에는 스카다(SCADA·감시 제어 및 데이터 수집) 관제센터가 해상풍력단지 발전기 각각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스카다 관제센터 내부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부족한 대형 설치선
낙월해상풍력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현재 시점의 고민은 다음 해상풍력 사업의 '설비'다. 명운산업개발이 인근에서 추진 중인 한빛해상풍력의 경우 13.6MW급 발전기 25기가 투입된다. 낙월해상풍력의 터빈보다 용량이 2배 이상 크다.

터빈이 커지면 이를 바다에 시공할 설치선도 커져야 한다. 한산1호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터빈은 10MW급이다. 13.6MW급을 설치하려면 기존 주요 장비를 대폭 개조하거나 더 큰 설치선이 필요하다. 해상 공사는 기상 제약이 크기 때문에 적기를 놓치면 사업 일정이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 설치선을 확보하는게 사업성을 맞추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설치선 한산1호 상부의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정부도 설치선 부족을 해상풍력 보급의 핵심 병목 현상으로 보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10MW급 2척인 국내 설치선에 더해 2030년까지 15MW급 4척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 총 6척 이상으로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건조가 가시화된 15MW급 설치선은 2028년 한화오션이 인도 예정인 1척뿐이다.

김욱진 낙월블루하트 전무는 "시공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설치선 등의 설비 확보"라며 "해상풍력 사업이 계속 이어져야 관련 업체들이 선박과 공장 설비에 투자할 수 있고, 그래야 설비 확보도 용이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설치선 상부/사진=권다희 기자

영광(전남광주)=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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