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는 어디?…인도 합동결혼식서 신랑 40명 하루종일 기다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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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신랑 40여명이 합동결혼식장에 모여 하루종일 신부를 기다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경찰은 지난달 말 자칭 결혼중매인 디네시 바이라기(45)와 동생 무케시(40) 등 5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40년 경력의 람 랄 바갓 경위는 합동결혼식을 통째로 꾸며낸 사기는 처음 본다고 했지만, 인도 결혼시장 자체는 오래전부터 사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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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최대 36만원 받아 챙겨…5명 사기 입건
범행 쓰인 사진 속 여성들은 고아 아닌 인플루언서
40년 경력 경찰도 "이런 사기는 처음 본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도에서 신랑 40여명이 합동결혼식장에 모여 하루종일 신부를 기다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알고보니 신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참가비를 노린 신종 사기 수법으로 드러났다.

사건은 지난 5월 말 벌어졌다. 신랑 40여명은 전통 예복인 쿠르타와 셰르와니를 차려입고 오전 8시 데와스의 한 사원에 모였다. 하지만 신부는 종일 오지 않았다. 오후 5시께 바이라기 일가 남성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자 곧 신부들이 도착할 것이란 기대가 잠시 돌았지만, 해가 진 뒤 사원에 나타난 것은 경찰이었다.
용의자들은 인근 마을을 돌며 고아원 여성들의 사진첩을 보여준 뒤,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고르고 참가비만 내면 합동결혼식을 올려주겠다며 범행을 저질렀다. 결혼 전에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는 고아원 규칙을 내세워 거절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에도 아들을 결혼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잇따라 돈을 냈다.
피해자 아비셰크 바르마는 사기를 당한 뒤에야 사진 속 여성들을 찾아봤다. 고아가 아니라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들이었다. 바르마는 컴퓨터공학 학위를 땄지만 일정한 직업 없이 지냈고, 낮은 카스트의 농민 아들이라는 이유로 교제하던 여성의 부모에게 헤어지라는 압박을 받았다. 이에 바르마의 부모는 고아 여성과의 결혼을 밀어붙였다. 바르마는 “미심쩍었지만 가족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체면이 전부”라고 말했다.
사건을 맡은 프리티 카타레 경찰관은 피해자 대부분이 20대 초반에서 40대에 이르는 농촌 남성이라고 밝혔다. 수치심 때문에 신고하지 못한 이들도 수십명에 달한다. 경찰은 바이라기 일가가 마을에서 쌓아온 평판을 이용해 신뢰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 카타레 경찰관은 “마을에서는 신뢰가 통한다”며 “사람들은 이 집안을 믿었다”고 말했다.
합동결혼식이 인도에서 낯선 행사가 아니라는 점도 의심을 늦춘 요인으로 꼽힌다. 며칠씩 이어지는 전통 혼례보다 짧고 비용이 적게 들어 주정부들이 보조금을 주며 장려한다.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신부에게 현금 약 83만원과 35만원어치 혼수를 준다. 이 주에서만 2024년까지 빈곤층과 소수민족 가정 여성 40만명가량이 이 사업으로 결혼했다. 다만 이번 결혼식은 정부 사업과는 무관했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사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신부 측 가족은 예복과 장신구, 지참금을 마련하려 수년간 돈을 모은다. 지참금은 신부 측이 신랑 측에 현금이나 재산을 건네는 관습으로, 인도 의회가 1961년 법으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흔하다. 농촌 신부 가정의 수년치 소득에 맞먹는 돈이 오간다.
신붓감 자체가 부족한 것도 배경이다. 인도 가정은 결혼과 지참금 비용을 감당할 만한 상대를 원해 딸을 카스트가 다르거나 벌이가 나은 남성과 맺어주려 한다. 딸들이 도시나 다른 마을로 떠나면서 농촌에는 남성들만 남는다.
인도 농촌 결혼시장을 연구한 가우라브 치플룬카르 미 버지니아대 교수는 “결혼시장이 심하게 기울어 신부가 아예 없거나, 남자들이 나이가 많거나, 남편이 도시로 일하러 간 사이 집안일을 할 여성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플룬카르 교수는 아들을 고아 여성과 맺어주려는 것 자체가 지참금을 포기할 만큼 절박하다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무직인 신랑에게 지참금은 가족의 경제적 완충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일자리 사정도 나쁘다. 인도 통계기획이행부에 따르면 남성 실업률은 5%를 넘는다. 벵갈루루 아짐프렘지대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최근 졸업생의 40% 가까이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레 경찰관은 “가해자들은 벌이가 넉넉지 않은 신랑이 농촌에서 신붓감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에서 범행 기회를 엿봤다”고 말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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