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대의 탈 쓴 ‘현대차 노조'⋯ 잠정합의안 마지막 줄을 본다

천원기 기자 2026. 8. 24. 14: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천원기 산업IT부 차장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 도로를 메운 피켓에는 ‘납품단가 인상’과 ‘협력사 상생’이 적혀 있었다. 현대차 노조가 10년 만에 강행한 전면파업의 공식 명분은 ‘부품사 단가 후려치기 규탄’이었다. 형식은 상위 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이었으나, 참여 인원 5만명 중 3만8000명이 현대차 노조였다.

금속노조라는 외피를 썼지만, 파업의 실질적 동력과 결정권은 현대차 노조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날 파업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 위원장도 수시로 배출하는 노동계 막강 파워를 자랑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현대차를 취재했던 경험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 노조가 언제부터 협력사 생존권을 마음에 두었던가. 이번 파업의 진짜 방아쇠도 현대차 노조의 밥그릇이었다. 노사는 41일 만에 재개된 16차 교섭이 결렬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총파업’을 결행했다. 막판 핵심 쟁점에서 이번 파업의 명분이었던 부품사 납품단가 문제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총파업 이유는 ‘사측 압박용’이다. 금속노조 총파업 지침을 현대차 노조가 이렇게 잘 따랐던 적도 없다. 여론의 비판을 피할 꼼수였을지도 모른다.

파업을 멈춰 세운 버튼도 부품사가 아니었다. 노조는 17차 교섭 재개를 이유로 예정했던 파업을 전격 유보했다. 파업 수위를 결정한 유일한 잣대는 철저히 ‘내 몫’이었던 셈이다. 전면파업 당일 마이크를 잡았던 이종철 지부장 발언 어디에도 부품사를 살릴 구체적 해법은 없었다.

현대차 노조가 교섭 때마다 협력사 생존을 앞세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섭 초반에는 상생과 연대를 외치지만, 타결 도장을 찍게 만든 숫자는 늘 자신들의 이익이었다. ‘협력사 눈물’을 협상의 지렛대로 썼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노조 이기주의’의 진면목이다.

‘올해는 다를까’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본다. 자신들의 몫이 채워진 뒤에도 양재동 본사 앞에서 외쳤던 부품사 생존권 문제를 교섭 잠정합의문에 남길지 말이다. 이번 전면파업이 명분 없는 위선이라는 지적을 피할 길은 오직 그것뿐이다.

천원기 산업IT부 차장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