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작은 몸, 큰 골프

방민준 2026. 8. 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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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는 키가 숫자로 보인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장신선수의 어깨와 긴 팔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드라이버샷에서는 그 차이가 더 선명하다.

그의 골프 장점은 '키의 한계'라는 단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억척같은 부모의 집념으로 골프를 배워 14살 때인 2012년 US여자오픈 예선을 통과하고 주니어골프 대회에서 몇 번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16년부터 LPGA투어에 등장, 2023년 CPKC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유럽과 미국 선수들이 겨루는 솔하임컵에서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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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KC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야마시타 미유
202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PKC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야마시타 미유(일본). 사진제공=LPGA_Getty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골프장에서는 키가 숫자로 보인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장신선수의 어깨와 긴 팔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드라이버샷에서는 그 차이가 더 선명하다. 특히 LPGA투어처럼 장타 경쟁이 치열한 무대에서는 '키가 곧 비거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통념을 아주 작은 체구로 뒤집는 선수가 있다. 일본의 야마시타 미유(25)다. 야마시타는 신장은 150㎝다. 현재 LPGA투어에서 가장 작은 선수로 꼽히는 그는 2025년 미국 무대에 진출한 뒤 메이저인 AIG 여자오픈을 제패했고, 2026년 6월에는 마이어 LPGA클래식에서도 우승한데 이어 24일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튼 로열 메이페어G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CPKC 위민스오픈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57타로 9타 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2승이자 통산 4승째다.



 



흥미로운 것은 따로 있다. 야마시타의 약점이 통계표에 너무나 정직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2026년 드라이브 비거리는 250야드로 투어 142위. 반면 페어웨이 안착률은 79.7%로 3위다. 평균 퍼트 수는 29.1개로 9위이고,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은 +1.47로 투어 1위다. 즉, 가장 멀리 보내지는 못하지만 가장 정확하게 치고, 그린에 올라온 뒤 가장 강력하게 마무리하는 선수다.



 



그의 골프 장점은 '키의 한계'라는 단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단신 골퍼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억지로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야마시타는 과거 JLPGA 인터뷰에서 자신의 신체 조건상 비거리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대신 샷의 정밀도를 생명선으로 삼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으니까 비거리를 포기한다'가 아니라 작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쳐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골프에서 비거리는 단순히 키와 근력의 합이 아니다. 회전, 지면반력, 클럽 스피드, 타점, 발사각, 스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키가 작다고 해서 반드시 공을 멀리 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장신 선수와 비교하면 긴 레버와 큰 신체 회전 반경을 활용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부족한 10~20야드를 모든 홀에서 무리하게 되찾으려 하기보다, 그 10~20야드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을 다른 영역에서 보충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무기가 '다음 샷을 쉽게 만드는 티샷'이다. 야마시타의 골프를 보면 이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는 장타자가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페어웨이를 지킨다. 2026년에도 페어웨이 안착률은 투어 최상위권이다. 골퍼에게 250야드 페어웨이와 270야드 러프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170야드 남은 7번 아이언으로 핀을 공격할 수 있지만, 후자는 150야드 남은 러프에서 공의 라이와 스핀을 걱정해야 한다. 결국 '20야드의 비거리'가 '다음 샷의 질'에서 역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단신 골퍼가 배워야 할 첫 번째 전략이다. 비거리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비거리 이후의 상황까지 포함해 샷을 평가하는 것이다. 장타자가 270야드를 치고 러프에 들어가는 것보다 단신 골퍼가 245야드를 치고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 무기는 아이언의 정확도. 티샷에서 15야드를 잃었다면 그다음 샷에서는 오차를 줄여야 한다. 여기서 단신 골퍼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샷을 완벽하게 치는 능력'이 아니라 같은 스윙으로 일정한 거리를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야마시타의 강점도 여기에 있다. 2026년 파온율은 70.2%로 투어 23위다. 비거리 순위와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단신 골퍼가 장신 골퍼를 상대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나도 세게 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7번 아이언으로 150야드를 보내는 사람이 160야드가 남았다고 무리해서 7번 아이언을 휘두르는 순간, 골프는 거리 싸움이 아니라 미스샷 싸움이 된다. 차라리 한 클럽 크게 잡고 부드럽게 치는 것이 낫다. 골프는 힘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 목표 지점에 공을 보내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무기는 결국 쇼트게임이다. 마지막에는 누구나 그린으로 돌아온다. 야마시타가 특히 위력적인 부분이 바로 퍼팅이다. LPGA 공식 통계에서 2026년 그의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은 +1.47로 투어 1위다. 이것은 단신 골퍼에게 아주 중요한 힌트를 준다.



키와 체격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퍼팅 실력은 바꿀 수 있다. 드라이버에서 장신 선수에게 20~30야드를 뒤져도, 어프로치에서 5m 안쪽으로 공을 보내고, 그린에서 한두 타를 줄이면 스코어카드에서는 그 차이가 지워진다. 골프에서 가장 위대한 평등 장치가 퍼팅인 이유다.



 



야마시타보다 앞서 한국 여자선수들도 작은 체격으로 세계 골프계를 제패했다. '땅콩'이란 별명을 공유했던 김미현과 장정은 LPGA투어에서 각각 8승과 2승을 거두었다, 프로필상 신장이 155cm인 미야자토 아이는 LPGA투어에서 9승을 거두고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라오스 소수민족인 몽족의 후예인 메간 캉(29)의 신장도 153cm다. 억척같은 부모의 집념으로 골프를 배워 14살 때인 2012년 US여자오픈 예선을 통과하고 주니어골프 대회에서 몇 번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16년부터 LPGA투어에 등장, 2023년 CPKC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유럽과 미국 선수들이 겨루는 솔하임컵에서 강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골프에서 단신은 '핸디캡'이지 '패배 선언'이 아니다. 단신 골퍼에게 불리한 것은 분명 있다. 특히 긴 코스에서는 세컨드샷의 클럽이 길어진다. 파5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갈 기회도 줄어든다. 강한 바람이나 젖은 페어웨이처럼 런이 줄어드는 조건에서는 비거리 손실이 더욱 크다.



 



그러나 골프는 18홀 전체의 평균을 겨루는 스포츠다. 장타 한 번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고 기회를 반복해서 만드는 사람이 이긴다. 야마시타의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그는 비거리에서는 투어 142위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3위, 평균타수는 5위다. 그리고 세계랭킹은 7위까지 올라왔다.



 



결국 작은 몸으로 골프를 잘하는 법은 몸을 크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게임을 작게 만드는 데 있다. 티샷의 목표를 '최대한 멀리'가 아니라 '다음 샷이 편한 곳'으로 바꾸고, 아이언의 목표를 '강하게'가 아니라 '반복 가능하게' 바꾸며, 퍼팅에서는 남들보다 한 타 더 아끼는 것. 그렇게 하면 150㎝의 골퍼도 190㎝의 골퍼와 같은 스코어카드 앞에 설 수 있다.



 



어쩌면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키가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그 한계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골프를 찾아내는 능력. 야마시타 미유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작은 몸으로 큰 골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몸에 맞는 큰 골프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은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가장 현실적인 교훈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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