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낮추고 점자 더했다…군포시 안심택배함이 연 ‘문턱 없는 디지털’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누군가의 소외는 더욱 깊어진다. 식당의 주문 화면부터 공공기관의 민원 발급기까지 키오스크가 우리 삶의 풍경을 빠르게 점령했지만,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이나 시력이 저하된 어르신에게 그 높은 화면과 매끄러운 유리판은 넘어설 수 없는 벽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포시가 지역 내 안심무인택배함 단말기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 전격 교체하고 나선 것은 공공 서비스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의미 있는 행보다.
이번에 설치된 단말기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으로부터 우선구매대상 지능정보제품검증서를 획득한 제품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실제 현장에 적용한 것은 군포시가 처음이다. 새 단말기는 휠체어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낮은 화면 구성을 비롯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키패드와 이어폰 단자, 고령자를 위한 화면 확대 및 음량 조절 기능을 종합적으로 갖췄다. 그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명시된 선언적 권리에 그치기 일쑤였던 디지털 접근권을 공공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권리로 구현해 낸 셈이다.
사업이 추진된 안심무인택배함은 금정역과 군포1동 행정복지센터 등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에 위치해 있다. 1인 가구와 여성의 범죄 예방을 위해 시작된 이 서비스는 연평균 3,600여 건이 이용될 만큼 주민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복지 정책이다. 48시간 무료 이용이라는 제도적 편의성에 이번 기술적 장벽 해소가 더해지면서, 안전을 넘어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하는 평등의 가치까지 확보하게 됐다.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도입이 가져올 파급력이다. 공공이 먼저 검증된 배리어프리 기기를 적극적으로 채택함으로써 타 지자체로의 확산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나아가 공공의 선제적 수요 창출은 배리어프리 단말기 시장의 기술 고도화와 단가 하락을 유도해, 민간 영역의 장벽을 낮추는 연쇄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명제는 공공 행정에서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군포시의 이번 시도는 무인화와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자칫 소외되기 쉬웠던 취약계층의 권리를 기술로 보듬었다는 점에서 뜻깊다. 기기 도입을 넘어 실제 당사자들의 이용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세심한 운영이 더해진다면, 모두가 안심하고 누리는 진정한 의미의 포용적 스마트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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