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규모 동원령’ 임박?···징집 대상 남성들 해외 도피 모색

김기범 기자 2026. 8. 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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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집권당인 통합 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달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새로운 동원령에 대비한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러시아 군 당국은 병력 부족 상황에 대비한 추가 동원 계획을 전국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동원령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확산되면서 징집 대상이 될 수 있는 남성들은 해외 도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 군 당국은 지난달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낀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찾아 지역 주민을 동원할 경우에 대비한 준비계획과 절차를 점검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가 지리적 위치와 적은 인구탓에 취약한 지역으로 여기는 동시에 유럽 내 유용한 교두보로 눈여겨 온 곳이다.

다만 러시아 당국이 실제 동원령을 발령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WSJ는 오는 9월 총선 전까지는 러시아 정부가 동원령을 발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장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지로 인해 추가 동원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앞서 2022년 9월 흔들리고 있던 러시아군 전선을 안정시키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내린 마지막 동원령은 러시아 전역에 혼란을 불러온 바 있다. 수십만 명의 남성이 러시아를 떠났으며, 항공권을 구하려는 수요가 폭증했다. 조지아와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으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해외로 도피하려는 이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사태도 벌어진 바 있다.

최근 새로운 동원령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는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남성들은 만일의 상황이 닥쳤을 때 러시아를 빠져나갈 방법을 온라인으로 찾아보고 있다. 해외여행을 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러시아인들은 실제 동원령이 내려질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머물 수 있는 해외의 장소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추가 동원령이 현실화하면 러시아가 전선을 강화하고 돈바스 장악을 위한 진격 속도를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투가 둔화할 수밖에 없는 겨울철을 앞두고 동원령이 내려질 경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선임연구원은 “올해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7년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동원령은 러시아 경제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알렉산더 콜리안드르 이사는 “러시아는 군사적 성과를 위해 미래를 저당 잡히게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력을 동원하고 이들에게 식량과 숙소, 무기, 급여를 지급하게 되면 정부 예산에 엄청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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