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스타트업에 밀릴라”… 실적 찬바람에도 AI 투자 올인하는 中 빅테크

중국 알리바바가 인공지능(AI)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800억 홍콩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단행한 유상증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자, 글로벌 기업을 통틀어도 알파벳과 인텔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보통주 7억1000만 주를 주당 112.70홍콩달러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확보한 수익금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프라, 자체 AI 모델 개발 등 ‘풀스택 AI 역량’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알리바바의 경영 사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AI 관련 설비 투자를 폭발적으로 늘린 여파로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 급감했고,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446억7000만위안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미래 성장을 포착하려면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구축하기 위한 설비 투자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을 무릅쓴 AI 총력전은 알리바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른바 ‘BAT’로 불리는 중국 거대 플랫폼 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 3사의 올 2분기 자본 지출(CapEx) 합계는 1318억위안(약 2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텐센트의 2분기 자본 지출은 527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배 폭증했고, 바이두 역시 113억위안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천문학적 지출은 각 기업의 실적 지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텐센트는 게임과 광고 사업 호조로 매출을 늘렸으나 AI 투자 영향으로 전년 대비 순이익 증가율이 1% 미만에 머물며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바이두 역시 2분기 매출이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2분기 순이익이 23억위안으로 1년 전보다 68% 급감했다. 실적 악화 악재 속에 주가도 하락세다. 올 들어 바이두는 지난해 말 대비 주가가 29%, 텐센트는 24%, 알리바바는 14% 하락했다.
중국 빅테크가 주가 폭락과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AI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딥시크, 즈푸AI 등 이른바 ‘AI 신성’ 스타트업들의 거센 추격에 따른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을 무기로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기술적 주도권을 위협하자 기존 시장 독점 구도를 지키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빅테크들이 자신들만의 독점적 무기를 활용해 시장 판도를 바꾸려 한다고 분석한다. 딥시크 같은 신생 스타트업이 우수한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전국 단위로 서비스하려면 결국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보유한 클라우드(가상 서버) 인프라를 빌려 쓸 수밖에 없다. 빅테크들이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도 AI 모델 자체의 경쟁을 넘어 ‘AI 인프라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즈푸AI, 문샷AI 등 유망 스타트업에 막대한 지분 투자를 사들인 바 있다. AI 모델 개발에서 밀리더라도 이들을 자사 생태계 안으로 포섭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위챗), 알리바바의 결제 서비스(알리페이), 바이두의 검색 엔진 등 수억 명의 유저 접점(트래픽)을 쥔 거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신속히 상용화하고 수익화하는 유효한 무기를 쥐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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